[2021 경남신문 신춘문예 '수필' 심사평] 고른 호흡·어휘 선택 돋보여
- 기사입력 : 2021-01-04 08:4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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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둥 같은 울림과 번개 같은 번쩍임에도 놀라지 않을 준비를 하고 응모작들을 만났다. 작품들은 대체로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 잊히지 않는 지난날을 회억하는 내용 등이 많았다. 또한 시대 상황을 반영이라도 하듯 작품 곳곳에 ‘코로나’와 ‘마스크’도 등장하고 있었다.
오랜 시간 동안 문장의 정확성, 명료성, 논리성, 그리고 통일성을 염두에 두고 고른 작품은 ‘맹지’, ‘무쇠 꽃’, 고주박이’ 등 세 편이었다.
강현순
양미경자기 땅인데도 출입구가 없는, 사방이 남의 땅으로 막혀서 갇혀버린 맹지를 보며 문득 사람들과 대체로 소통을 원활히 못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설득력과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은 있었으나 뒷부분에 긴 휴대폰 이야기가 걸림돌이었다.
‘좁은 베란다에 무쇠 꽃 한 송이가 자라고 있다.’로 참신하게 시작되는 작품 ‘무쇠 꽃’은 무쇠 솥 뚜껑으로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주시다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내용이다. 문장의 끝 부분 ‘소리’, ‘쇳덩어리’ 등을 명사형으로 처리한 점이 아쉬웠다.
수필 ‘고주박이’는 우선 호흡이 고르다. 문장 속에서 서로 연관되는 요소들의 맥락화가 잘 이뤄져 있어 문장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현학도 멋부림의 기교도 없다. 상황 묘사에 꼭 맞는 어휘 선택 능력이 돋보인다.
글쓴이는 산길을 걷다가 땅에 박힌 채 죽은 나무 그루터기인 고주박을 만난다. 그리고 고주박에 생명을 불어넣어 사람으로 환치시켜, 늙고 병든 우리의 미래 모습을 보여주면서 깊은 상념에 젖게 한다. 문장 곳곳에 언어 고르기를 잘하였다. 관찰력도 뛰어나, 나비 한 마리 그리려고 십 리 길을 따라가면서 관찰한 조선 후기 문인화가 남계우가 생각난다.
심사위원은 고심한 끝에 작품 ‘고주박이’를 당선작으로 선했다. 당선자에게 축하드리며 더 큰 성취를 위한 고뇌의 시간이 이어지기를 빈다.
심사위원 강현순·양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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