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블루스 시즌4-어제, 오늘 그리고 청춘] 쪽물장 잇는 김현우 씨쪽빛이 마음에 들었다 … 쪽물을 마음에 들였다
쪽빛 하늘을 담았다. 쪽빛 바다를 담았다. 쪽빛은 짙은 푸른빛을 뜻한다. 쪽물을 들인 원단에는 청명한 가을 하늘과 짙은 바다가 담겨 있다. 마디풀과로 한해살이 풀인 쪽은 예부터 남색을 대표하는 말로서 이 색을 내는 염료로 사용돼 왔다. 쪽염(染·물들 염)에는 인고의 시간이 걸린다.
쪽을 얻기 위해 땅을 일구어 1년에 한 번 쪽 씨앗을 심고 9월 말쯤인 가을에 수확한다. 쪽잎을 한 잎 한 잎 따서 물에 재워 쪽의 원액을 얻는데, 수년간 미생물의 숙성·발효 과정을 거쳐야 쪽물이라는 염료를 얻을 수 있다. 이...안대훈 기자 2019-10-22 21:30:55
[청춘블루스 시즌4-어제, 오늘 그리고 청춘] 함양방짜유기장 전수장학생 이상운 씨쉼없는 두드림으로 쉼없이 전통 잇는다노르스름한 빛깔에 잡티 하나 찾기 어려운 깨끗한 광택. 손끝에 느껴지는 서늘함과 매끄러운 감촉. 치솟는 불기둥과 수천 번의 두드림을 거쳐 탄생한 것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우리의 전통문화인 황금빛의 놋그릇이다.
놋쇠를 녹여 부은 다음 다시 두드려 만든 놋그릇을 ‘방짜유기’라고 한다. 함양군은 예로부터 전통 방짜유기의 산실이었다. 함양군 서상면과 서하면의 경계에는 과거 함양 방짜유기의 명성을 엿볼 수 있는 꽃부리징터가 있다. 함양은 땔감을 구하기 쉽고 인근 합천 지역에 ‘동(銅)’ 산지가 있는 데다 차갑고 깨끗한 물...안대훈 기자 2019-09-24 20:54:57
[청춘블루스 시즌4-어제, 오늘 그리고 청춘] 마산성신대제보존회 노영수 씨어울림에 이끌려 어우러지다#1 성신고천문
자미대제가 별을 다스리시고, 태을신이 십이궁 안에 계시네.
복두칠성님이 이곳에 임하시면 성주가 되고, 삼태성이 함께 비추면 어진 신하되네.
창원시민대표가 간절히 청하건대, 성스러운 자미대제와 이가 다스리는 별이 하늘로부터 지상에 강림하소서.
#2 현재 제당에서 사용하는 축문
維
歲次○○年三月○○朔二十八日○○
창원주민대표 ○○○ 성숙대장님께 감히 살피고 고합니다.
고대부터 바다의 뱃길을 평안히 열어주시니
우리 선조들의 삶이 풍요로워졌고,
오랫동안 우리 창원 시민들에게 복을 내리시니
만인...안대훈 기자 2019-08-27 21:05:02
[청춘블루스 시즌4-어제, 오늘 그리고 청춘] 진주오광대 전수자 정현수 씨공허한 삶 떨치고 신명난 삶 펼치다노래, 춤, 연주, 연극적 요소, 해학과 풍자의 미학이 어우러진 오광대는 종합예술이다. 광대라는 이름의 그 시대 예능인들은 짜여진 각본보다는 그때그때 놀이판의 분위기에 따라 관중들과 호흡하며 즉흥적인 재담을 이어갔다.
특히 지난 2003년 경상남도 무형문화재 제27호로 지정된 진주오광대는 1930년대 일제 탄압에 의해 중단된 이후 1990년대 성금 모금 등 적극적인 시민들의 참여와 구체적인 복원 과정으로 부활해 역사·문화적으로 가치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놀이판뿐만 아니라 복원 과정에서도 시민과 함께했다.
큰 달빛 ...안대훈 기자 2019-07-23 21:22:03
[청춘블루스 시즌4-어제, 오늘 그리고 청춘] 전통 소목기술로 작업하는 목수 강동석 씨나무로 시간 다듬었죠 나무가 삶 보듬어줬죠나무에 불을 갖다대면 불붙어 재만 남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오동나무는 겉을 불로 그을려야 단단해지고 제 무늬를 예쁘게 드러낸다고 한다. 통영에는 까무잡잡한 오동나무를 닮은 목수가 있다.
볕 아래 작업으로 그을린 피부와 카키색의 티셔츠 덕분에 더욱 나무같은 사람은 겉모양뿐 아니라 오동나무의 속성도 닮았다.
채 40이 되지 않은 나이에 몇 번의 그을림을 경험하고, 자연스런 자신의 색과 무늬를 찾게 된 사람. 국가 지정 중요 무형문화재 제55호 소목장 이수자이자 대한민국 가구명장인 김병수 명장으로부터 전통 목...이슬기 기자 2019-06-25 21:17:35
[청춘블루스 시즌4-어제, 오늘 그리고 청춘] 통영 두석장 이수자 김진환 씨오늘도 두드린다… 5대째 잇는 ‘장석 예술’
“끼이이이”. 오래된 장롱의 문을 여닫을 때면 특유의 여운이 남는 삐걱거림을 들을 수 있다. 세월의 녹이 낀 경첩에서 나는 이 소리는 주인과 함께 보낸 긴 시간을 짐작하게 한다.
자개농이 최고급 혼숫감으로 여겨지던 20세기 말까지는 어느 집에서나 심심찮게 이러한 전통 목가구를 찾아볼 수 있었다. 덕분에 목가구에 부착하는 경첩, 자물쇠, 각종 금속 장식 등을 일컫는 ‘장석(裝錫)’, 조선 시대에는 ‘두석(豆錫)’이라고 불린 금속공예품 역시 잘나가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일상에서 전통가구가 사라지면서 두석이라는 단어 ...안대훈 기자 2019-05-21 22:00:00
[청춘블루스 시즌4-어제, 오늘 그리고 청춘] 고성오광대 이수자 최민서 씨탈꾼으로 신명난 인생 한판
#1. 이 세상에서 무엇이든지 다 잡아먹는 괴물비비(영노)가 나타나면 양반들은 혼비백산하여 도망을 친다. 그중 한 양반을 붙들고 마음대로 놀려대며 혼을 내어준다. “비 ~ 비.”
#2. 큰어미와 작은어미는 아이 쟁탈을 벌인다. “놓기는 니가 놓아도 자식은 내 자식이다, 이년아.” 결국 아이를 떨어뜨려 죽이고 만다. 이에 울분을 느낀 작은어미에게 큰어미 또한 죽임을 당한다. -고성오광대 연희대본 발췌
‘괴물비비’와 ‘큰어미’ 등 탈을 쓴 광대들이 마당에 올라 특유의 춤사위를 펼치고 익살스러운 재담으로 시대적 애환을...김재경 기자 2019-04-23 22:00:00
[청춘블루스 시즌4-어제, 오늘 그리고 청춘] 진주검무 이수자 성지혜 씨검(劍) 꺾이지 않는 칼처럼 무(舞) 흔들림 없이 춤추다
“…진주성 성안 여인 꽃 같은 그 얼굴에
군복으로 단장하니 영락없는 남자 모습
보랏빛 쾌자에다 청전모 눌러쓰고
좌중 향해 절한 뒤에 발꿈치를 들고서
박자 소리 맞추어 사뿐사뿐 종종걸음
쓸쓸히 물러가다 반가운 듯 돌아오네
하늘을 나는 선녀처럼 살짝 내려앉으니
발밑에 번쩍번쩍 가을 연꽃 피어난다…(중략)”
-다산 정약용, ‘무검편증미인’ 가운데
240년 전 진주에서 진주검무를 본 정약용이 쓴 시 그대로다. 머리에 장수의 전모를 쓰고, 칼을 빼내 든다. 카랑카랑, 칼장식이 맞부딪히는 소리가 울려퍼진다. 진주가 ...이슬기 기자 2019-03-26 22:00:00
[청춘블루스 시즌4-어제, 오늘 그리고 청춘]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이수자 김참이 씨홀린 듯 첫눈에 반했어요 이끌린 듯 가곡에 빠졌죠
그가 가곡(歌曲)이라는 길을 걷게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누구도 의도한 적 없었고 비슷한 것조차 꿈꿔본 적 없었다. 그의 인생에 가곡은 낌새도 없이, 그렇게 왔다.
어느 날 문득 이미 정해진 운명처럼 그 길에 섰던 열일곱 소녀는 어느덧 가곡의 명맥을 잇는 어엿한 이수자가 됐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자 국가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의 이수자인 김참이(27)씨 이야기다.
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이수자 김참이씨가 창원시 마산회원구 가곡전수관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김참이씨 제공/
◆...김현미 기자 2019-02-26 22:00:00
[청춘블루스 시즌4-어제, 오늘 그리고 청춘] 남해안별신굿 악사 정석진 씨세습무당의 길, 운명 아닌 선택어느 세대보다 청춘에게는 가능성이 열려 있습니다. 이것저것을 도전해보며 자신을 가늠해보는 일, 어른들 눈에는 그런 행동이 철이 없다거나 책임감이 떨어지는 일로 가볍게 보일 수 있지만 그건 청춘이 할 수 있는, 해야 할 일이기도 합니다. 청춘은 가벼움의 특권을 누릴 수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일찌감치 누구보다 책임감이 따르는 길을 걷는 이들이 있습니다. 흔치 않고, 어렵고 또 어깨가 무거운 길일 겁니다. ‘시즌1-2035 청춘블루스’, ‘시즌2-우리 동네 청춘’, ‘시즌3-나의 이름은 청춘’으로 이어져 왔던 청춘블루스 코너...김재경 기자 2019-01-22 22:00:00
[청춘블루스 시즌3-나의 이름은 청춘] 여행을 위한 자발적 백수 임락규 씨“죽음의 문턱서 다시 찾은 삶… 세상의 모든 땅 밟을 겁니다”
“돈도, 명예도 하나도 부러운 것이 없어요. 남들 시선도 별 개의치 않게 됐어요.”
임락규씨가 창원의 한 카페의 세계지도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김승권 기자/
제2의 인생을 시작한 60대의 이야기가 아니다. 팔팔한 20대 청춘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 어쩌면 너무 위선적인 이야기가 아닐까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지만, 그가 겪었던 일들을 들어보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20대 초반에 죽음을 마주했다 살아난 임락규(27) 씨의 말이다. 평범한 삶을 버리고, 자발적 백수와 여행자를 오가는 삶을 막...이슬기 기자 2018-12-26 07:00:00
[청춘블루스 시즌3-나의 이름은 청춘] 연기도 노래도 춤도 추는 이가현 씨“노래·연기·춤… 어쩌다 보니 ‘끼 많은’ 선생님 됐네요”
그는 선생님이다. 분명 선생님인데, 또 선생님 같지는 않다. 그가 착실한 선생님이라는 걸 부정하는 게 아니다. 평소 가졌던 선생님에 대한 이미지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차분하기보다는 쾌활하고, 냉정하기보다는 열정적이고, 엄하기보다는 친구 같아 보였다. 자기 소개를 부탁했더니 “노래하고, 연기도 하고, 심지어 춤도 추는”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수요일밴드’ 리드 보컬이자 ‘춤추는 선생님들 춤춤’ 멤버이자 ‘교사영상제작단 뻘짓’ 멤버인 함안 호암초등학교 교사 이가현(29)씨 이야기다.
이가현 교사가 ...김현미 기자 2018-11-28 07:00:00
[청춘블루스 시즌3-나의 이름은 청춘] 한 눈으로 여행하고 사진찍는 사진가 임승비 씨한 눈으로 보던 세상, 카메라로 더 넓은 세상 봅니다‘한 눈으로 여행하고 한 눈으로 사진을 찍는’ 청춘이 있다. 세상을 한쪽 눈으로밖에 볼 수 없었던 이 청춘은 카메라를 통해 다시 세상과 마주했다. 통영에 사는 임승비(34)씨의 이야기다.
통영에서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임승비씨가 국가무형문화재 제114호 염장 조대용씨의 작품을 촬영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예고 없이 찾아온 불행
20대.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나이였다. 임승비씨도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청년 중 한 명이었다. 통영에서 나고 자라 대학을 가...김재경 기자 2018-10-23 22:00:00
[청춘블루스 시즌3-나의 이름은 청춘] 상태를 기록하는 사진가 노상태 씨이름처럼 ‘상태’를 찍고 기록하다
이름으로 그 사람의 직업을 설명할 수 있을까. 사람은 이름 따라 간다는 말이 들어맞는 사람이 있으니 가능도 하겠다. 상태를 기록하는 상태, 상태를 찍는 상태. 진주에서 태어나고 자라 지금도 진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노상태(30) 사진가다.
해외에서 열리는 패션위크로 날아가 패션피플들의 감각적인 옷차림을 사진에 담는 일, 3년간 거의 매일같이 진주를 바라보며 진주를 수없이 기록하는 일도 함께 하고 있는 그를 만났다.
사진가 노상태씨가 카메라를 스탠드에 고정해놓고 사진을 찍는 자신의 옆모습을 ...이슬기 기자 2018-08-29 07:00:00
[청춘블루스 시즌3-나의 이름은 청춘] 통영 ‘삐삐책방’ 주인 박정하 씨“하고 싶은 일 하는 ‘삐삐’가 되고 싶어 ‘삐삐책방’지기 됐죠”‘두 번째 책방 이 완성되고 있어요. 새로운 이름 어떤가요? 저는 제 이름을 되찾은 기분입니다.’통영 게스트하우스 잊음 한편에 자리했던 책방이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았음을 알리는 책방 주인 박정하(27)씨의 SNS 글을 보고, 이 사람은 당연히 말괄량이겠거니 생각했다.
‘말괄량이= 삐삐’라는 등식이 낯설지 않은 탓이다. 기자도 지난날 적지 않게 듣던 소리였다. 결과적으로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새로 둥지를 튼 통영시 충렬로에서 만난 그는 더없이 차분했다. “예전에 다른 책방에서 낭독 일을 할 때 지은 애칭이...김현미 기자 2018-07-24 22: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