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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8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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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그날의 꽃처럼 바람처럼- 주임환(3·15의거기념사업회 회장)

  • 기사입력 : 2024-03-13 19: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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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이름, 이름들을 불러본다. 3·15의거의 거리에서 떨어진 꽃잎, 그 청춘들의 이름들을 불러본다. 마산중앙중 2학년 야간부에 다니며 주경야독하던 김영호(당시 19세), 남원 출신으로 마산상고(현 마산용마고) 입학시험에 합격하고 혁명의 불꽃이 된 김주열(17), 마산공고 2학년 강융기(20), 총을 맞고도 어머니를 위로하던 창신중 졸업생 김삼웅(19), 마산고 1학년의 다정한 급장 김용실(18), 평안도 신의주에서 내려와 마산고를 졸업한 김영준(20).

    지금은 없어진 마산마포중을 졸업하고 공장에 다니던 2대 독자 김효덕(17), 전쟁 고아 출신으로 남성동 보리수 다방에서 구두를 닦던 오성원(20), 창신중을 졸업하고 스포츠를 좋아하던 전의규(18), 마산 상남동에 살면서 직업이 없던 조현대(20), 목수 일을 하던 김동섭(28), 창신중을 졸업하고 철공소에 다니던 김영길(18), 마산동중 3학년 김종술(17), 부림시장에서 메리야스를 팔던 김평도(39), 부산에서 농사짓던 김성길(18), 버스 수리공장에서 일하던 정삼근(15) 등 16열사이다.

    이들 중 두 분을 빼고는 모두 20살 이하의 청춘들이다. 아울러 3, 4월의 범시민항쟁에서 300여 명이 총상과 고문상을 당했으며 1000여 명이 체포, 구금되었다. 고통 속에 힘겨운 세월을 감내했다. 선혈이 낭자했던 봄날, 거리의 함성과 함께 발을 구르며 가슴 졸이던 15만 마산시민의 정의로운 심장이 용광로처럼 끓어올라 불꽃이 되었다. 그 불꽃은 기어이 소백산맥과 한강을 건너 수도(首都) 서울에 점화되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새봄을 열었다.

    내일이면 3·15의거 64주년 그날을 맞는다. 국가기념일이다. 경남도의회 정쌍학 의원은 최근 본회의 ‘5분 발언’을 통해 “3·15의거와 부마항쟁을 헌법 전문(前文)에 새기자”고 주장했다. 늦었지만 참으로 정당한 목소리다. 서울과 광주의 경우 중심 도로에서 기념일 전야제를 열어 시민들이 함께 그날의 행진을 돌아보고 미래를 다짐한다. 마산 창원도 작은 도시가 아니다. 독재의 망령들이 민주주의 시계를 겨울 속에 감금했을 때 정의의 사자처럼 깃발 들고 내달리던 그날의 보통사람들이 봄, 눈부신 큰 봄을 만들었으니. 그날의 꽃처럼 바람처럼.

    주임환(3·15의거기념사업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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