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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4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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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늘봄교육에 바란다- 이재돈(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 기사입력 : 2024-04-22 19:2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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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부터 정부는 정규수업 외에 학교와 지역사회의 다양한 교육자원을 연계하여 학생의 성장과 발달을 위해 국가가 아동 교육을 책임지고 학교라는 안전한 공간에서 양질의 학습형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늘봄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학교에서 이뤄지고 있던 기존의 돌봄교실과 방과후 교육 프로그램은 자격의 제한 또는 다소의 교육비를 부담하는데 비하여 늘봄학교는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희망하는 아동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등 정부가 책임지는 교육 정책으로 전환하고 있다. 초등학생은 누구나 아무 제한 없이 참여할 수 있는 늘봄학교는 2024학년도는 초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매일 2시간씩 운영하는 것을 시작으로 2025학년도는 초등학교 1~2학년, 2026학년도에는 초등학교 전 학년으로 점차 확대하여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운영 시간은 정규수업 전 아침반과 정규수업 후부터 최대 오후 8시까지 운영하는데, 늘봄학교에서 간편식과 간식 등을 포함한 식사도 제공하는 등 양질의 아동 돌봄을 제공한다는 게 정부 당국의 방침이다. 늘봄학교는 날이 갈수록 가속화되는 우리나라의 저출산 현상을 해결하고 학부모들이 안심하고 직장을 다닐 수 있으며, 학부모의 사교육비를 줄이는데 크게 기여하는 등 국가가 아동 교육을 책임진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올해 3월부터 약 2800개의 초등학교에서 늘봄학교가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충분한 준비 과정 없이 시간에 쫓기듯이 운영하다 보니 학교 현장에서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교원단체는 늘봄학교 폐지 또는 충분한 준비를 거쳐 시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늘봄학교를 운영하기 위해서 충분한 교사 인력이 확보되어야 하는데, 교원자격증을 가진 선생님들이 늘봄학교 강사를 희망하는 경우가 적어 돌봄 교사 확보에 어려움이 많아 현직교사들이 정규 수업을 마친 후에 참여하는 등 땜질식으로 운영하고 있는 학교가 많다고 한다. 그리고 늘봄학교 전용 공간이 부족해 교사들이 일하다 말고 교실을 비워 주는 일도 있어 현장 교사들의 업무 부담과 불만이 고조되고 있으며, 정작 충실해야 할 담임교사의 본수업이 부실해질 우려가 있다.

    늘봄학교 교육과정이 준비되지 않아 참여하는 돌봄강사가 나름대로 교육과정을 편성하여 학습 활동이 이뤄진다고 한다. 따라서 아동 발달 수준에 맞는 돌봄학교 교육과정 편성과 아동 참여도와 학습 흥미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학습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교육의 질적인 문제도 시급히 해결되어야 한다. 또한 학습자료가 매우 부족하여 늘봄교실에 적합한 놀이형 학습자료의 개발이 필요한 실정이다. 그리고 늘봄교실 활동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안전사고에 대한 예방 교육 및 책임 문제 역시 함께 풀어야 할 과제이다. 올해 처음으로 실시되는 돌봄교육 정책은 우리나라의 미래 교육을 위해 필요한 국가적 핵심 과제임에는 동의하지만 아무리 좋은 교육 정책일지라도 학교 현장에 무턱대고 적용하기 전에 일선 교원과 학부모 및 지역사회 간의 충분한 협의와 설득 과정을 거치는 등 교육 현장과 지역사회의 소리를 충실하게 반영해야 한다.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인 교육 정책을 수립하고 현장에 접목시킬 때는 철저한 준비와 미래지향적인 교육적 논의를 충분히 한 후에 실시할 때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처음에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다가서고 무엇을 가르칠까 고민했는데 1학년 아이들을 내 손자를 돌보듯 다가서고 가르치니 아이들이 잘 따라와 주어서 큰 보람을 느낀다”는 늘봄교육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어느 퇴직 여교사의 경험담을 들으면서 돌봄교육의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 늘봄학교는 철저한 준비 과정을 거친 후에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레 교육 현장에 다가갈 때 봄날처럼 따뜻하고 희망이 싹트는 행복한 미래 교육의 텃밭을 조성하게 될 것이다.

    이재돈(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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