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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3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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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통영국제음악제 가보니] 장르·경계 뛰어넘은 공연, 독창적 선율에 매료

‘순간 속의 영원’ 주제, 지난달 29일 개막
비올리스트 타메스티 퍼포먼스 ‘박수갈채’
‘음악·미술 앙상블’ 스레드 공연 ‘상상 이상’

  • 기사입력 : 2024-03-31 21:4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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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 통영국제음악제가 지난달 29일 개막했다. 이번 음악제 주제는 ‘순간 속의 영원’. 통영의 음악과 함께하는 사람들의 봄날 그 한 페이지가 영원히 기억에 남을 아름다운 순간이 되길 바라는 의미다. ‘통영국제음악제를 통해 좋은 음악들을 만나는 이 아름다운 순간들은 영원히 우리 마음 속에 남겠구나 생각했다’는 진은숙 음악감독의 지난 2년 통영에서 느낀 감동이자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바람이 올해의 음악제에 녹아든 만큼 오는 7일까지 10일의 여정은 경이롭고 독창적이며 전에 없던 경험을 선사하려 한다.

    ◇‘종횡무진’ 무대에서 순례가 펼쳐지던 순간= 그런 점에서 올해 음악제의 시작을 알린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 공연은 기대를 뛰어넘는, 사람들로 하여금 ‘인생 최고의 공연이었다’고 새겨질 만한 순간을 선물하기 충분했다.

    스타니슬라프 코차놉스키 지휘로 문을 연 1부는 ‘베를리오즈 : 이탈리아의 해럴드’였다. 파가니니가 자신의 훌륭한 비올라를 자랑하며 이에 어울릴 독주곡을 써달라고 요청하면서 만들어진 곡이다. 그만큼 비올라의 역할이 주요함에도 통상 협연자가 서는 지휘자 옆 자리가 비워진 채로 공연은 시작됐다.

    의아해하던 찰나에 왼편 하프 인근에서 우리는 기다리던 비올리스트를 발견했다. 올해의 상주연주자로 온 프랑스 대표 비올리스트 앙투안 타메스티였다. 무대 중앙, 자신의 자리로 걸어오면서 연주하던 그의 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무대 오른편으로 걸어가 더블베이스 옆에서 열정적으로 활을 켜더니, 잠시 뒤엔 관악기들 옆으로 옮겨가있곤 했다. 이윽고 오른편 무대 문을 열고 사라졌다가 왼편 문으로 나타나 연주를 이어가는, 말 그대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연주를 선보이며 사람들을 매료시켰다. 베를리오즈가 바이런의 장시 ‘차일드 해럴드의 순례’처럼 영감을 받아 이 곡을 쓴 것처럼 그의 연주는 즉, 순례였다.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 with 앙투안 타메스티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 with 앙투안 타메스티

    모든 악장이 끝나자 독특하면서도 최고의 연주를 맛본 사람들의 박수갈채가 끊이지 않았다. 앙투안은 환호에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 전주곡’과 ‘힌데미트: 무반주 비올라 소나타 Op. 25 No. 1 중 4악장’ 등 두 번의 앙코르로 화답했다. 인터미션이 끝나고 2부에서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는 ‘림스키코르사코프 : 셰에라자드’를 선사했다.

    ◇상상할 수 없거나 상상이 빗나간 순간= 오케스트라에 뒤이은 공연 ‘스레드’는 예상을 벗어나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순간이었다. 음악당 블랙박스관 무대엔 하얀 벽면과 바닥, 까만 의자 하나만 놓여 있었다.

    2024 통영국제음악제에서 초연된 공연 ‘스레드’./통영국제음악재단/
    2024 통영국제음악제에서 초연된 공연 ‘스레드’./통영국제음악재단/

    ‘베를린필 수석 베이시스트 매슈 맥도널드의 연주와 사운드·비주얼 아티스트 다쓰루 아라이의 3D 맵핑이 상호작용하는 사이먼 제임스 필립스의 신작’이라는 설명을 읽어도 쉽사리 이해하기 어려웠던 만큼 관객들에게 어떠한 선입견도 주지 않은 참이었다.

    공연장 조명이 어두워지고 매슈 맥도널드가 더블베이스를 들고 의자에 앉았다. 아주 서서히 활을 들고 가장 낮은 음들을 이어간다. 그때 그의 뒤로 가득 메웠던 하얀벽에 세로 줄이 생겨나고 이들 줄은 흩어졌다 겹쳤다 휘었다를 반복한다. 물방울 같은 동그란 점들이 생겨나며 분홍의 나무 울타리 같은 형상을 만들어내더니 태양 빛이 비추는 듯 환해졌다. 어느덧 베이스 음이 다소 높아진 듯 연주가 전개되나 싶더니 화면의 그림과 색채들도 미묘하게 바뀌기를 반복한다. 매슈의 연주에 따라 매우 느리게 달라지는 패턴들은 다양한 초점과 해상도, 명암과 빛으로 변화한다.

    이날 ‘스레드’는 통영국제음악재단이 위촉한 세계 초연인 만큼 낯설고 난해할 수 있었지만 사람들은 대담한 도전으로 받아들인 듯했다. 공연 전 의문 섞였던 시선은 공연이 전개될수록 의문을 지우고 그저 연주와 그림의 연계에 빠져든 듯했고 작품에서 저마다의 해석을 더했다. 공연이 끝나고 무대의 잔상을 찍던 일부에서 “아까 그거 치킨 같았어”, “비가 오는 느낌이었다”는 식의 감상평들이 오갔다.

    김현미 기자 hm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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