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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8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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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어지는 성범죄 재판… 피해자는 ‘울분의 시간’ 삼킨다

  • 기사입력 : 2024-03-27 20:2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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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상 유포 협박당한 피해자
    수년간 이어진 재판에 고통

    “피고인, 재판 불출석·도주
    과거 끝나지 않아… 감형 안돼”


    “제발 한 번만이라도 시간이 돌려지면 좋겠다고 빌었다. 범죄 피해 당시부터 현재까지 느끼는 것은 과거를 잊고 싶은데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옛 연인으로부터 성관계 영상 유포 협박을 당해 수천만원을 빼앗기고, 수년간 1·2심 재판이 이어지는 동안 고통의 시간을 겪고 있다는 피해 여성의 법정 진술이다.

    27일 법원 등에 따르면 최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항소심 재판이 부산고등법원 창원재판부 제2형사부(허양윤 고법판사) 심리로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A씨 변호인 측은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고 밝혔고, 검찰은 항소 기각을 요구했다.

    A씨는 지난 2021년 1월부터 10개월에 걸쳐 피해 여성에게 성관계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하고 돈을 빼앗은 혐의로 그해 12월 재판에 넘겨졌다. 그러나 재판을 받던 도중 도주했다가 붙잡혀 2023년 10월이 되어서야 1심 판결이 내려져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A씨가 항소를 제기하자 피해 여성이 스스로 재판부에 피해 진술을 신청하고 ‘감형은 절대 안 된다’며 심정을 호소했다.

    A씨는 항소심 재판에 넘겨진 뒤 지난해 11월부터 지금껏 사회에 봉사하겠다며 100회 넘게 반성문을 냈으며, 장기 등 조직기증 희망등록 확인서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정에서 피해 여성은 “피고인 때문에 다니던 직장을 갑작스럽게 그만둘 수밖에 없었으며, 일상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1심이 길어지는 사이 피고인이 눈을 다쳤다고, 코로나에 걸렸다고 재판에 수차례 불출석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기다리다 지쳐서 울분이 터져 수없이 울었다”라고 호소했다.

    이어 “계속되는 피고인의 재판 불출석과 도주로 인해 마음이 무너져내려 2023년 2월 추운 겨울 해운대 방파제에서 극단적인 시도도 했었다. 바다의 차가운 물에 몸은 움츠러들었고, 목구멍으로 바닷물이 계속 들어왔다”며 “주변 사람들에게 구조돼 응급실에 갔는데, 저를 본 부모님은 제 손을 붙잡으시고 ‘살아 있어서 다행’이라고 했다”며 흐느끼며 말했다. 또 “2심을 하는 이유는 본인이 받는 벌이 무거워서 부당하다는 이유인데, 피고인은 반성문을 제출하고 있다고 하지만 자신의 죄에서 도망가려 하는 사람을 반성한다고 믿을 수 있나? 피고인에게 감형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재판부에 다량의 반성문을 제출한 것은 확인했고 내용도 살폈다”며 “피해 진술과 관련된 부분은 귀 기울여 추후 양형을 정함에 있어 잘 참작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피해자의 법정 진술도 들었지만 3년이 경과한 지금까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피해자가 겪었을 두려움과 고통을 헤아려 피고인을 엄벌해 달라”고 했다.

    반면 피고인 변호인은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편지를 보냈는데, 적어도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한 배경과 같은 2차 가해나 이런 부분은 걱정 안 해도 된다고 마음을 좀 내려놓아도 된다는 취지였다. 피고인이 가정 형평상 합의는 좀 어려운 상황이다. 깊이 반성하는 점은 참작해달라”고 변론했다.

    피고인인 A씨는 “살아있음으로써 속죄할 수 있으면 어떤 방법으로라도 다 하겠다. 정말 죄송하다”며 “다시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사람이 되겠다”고 최후진술했다.

    A씨에 대한 선고는 내달 19일 오후 1시 50분으로 예정됐다.


    자료사진./픽사베이/

    김재경 기자 jk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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