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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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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청년농부다] 운동 접고 주경야독 8년… 연매출 3억 딸기 농장주로

(1) 산청 덕산딸기 작목반 김봉주씨

  • 기사입력 : 2024-03-26 21:4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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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 농촌의 미래는 청년 농부다. 농업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지금 농촌 현실이 녹록지 않지만, 오늘도 지역 곳곳에서 젊은 열정과 새로운 기술로 고군분투하며 농촌의 미래를 열고 있는 청년들이 있다. 매일 자연과 함께 땀 흘리며 나만의 꿈을 재배하고 있는 경남의 청년농부들을 만나본다. 이와 함께 농업에 관심 있는 청년들을 위해 각 지자체와 농협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청년농부 지원정책도 소개한다.


    “딸기가 주렁주렁 열린 걸 보면 돈이 주렁주렁 달려있는 같아요”(웃음)

    20대 중반 딸기농사를 시작해 연 3억 매출을 올리고 있는 청년농부 김봉주(31)씨. 어린 시절부터 농부 부모님을 보며 자란 그에게 농사란 크게 매력적인 직업은 아니었다. 그러나 20대를 넘기면서 농사 기술이 점차 현대화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생각도 바뀌었다. 농업을 경영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면 경쟁력이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긴 고민 끝에 대학을 졸업하고 고향 산청으로 돌아와 농업전선에 뛰어들었고, 농업을 공부하고 또 연구하며 매진하기 시작했다. 도전 8년, 그는 이제 연 매출 3억원을 기록하는 ‘봉주 딸기농원’의 어엿한 청년 농장주가 됐다.

    김봉주(31)씨가 산청 덕산면 본인의 딸기 하우스 안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김봉주(31)씨가 산청 덕산면 본인의 딸기 하우스 안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테니스 국가대표 꿈 포기 후 농사 도전
    농부 부모님 밑에서 딸기 재배 기술 배워
    하우스 9개동 갖춘 ‘봉주 딸기농원’ 운영

    농부의 삶, 워라밸 유지할 수 있어 좋아
    올해 하우스 더 늘리고 스마트팜도 도전
    “일한 만큼 얻는 성과 기쁨 같이 느껴요”


    ◇테니스 선수에서 딸기 농부가 되기까지

    24살, 김봉주씨가 직업으로 농부를 선택한 나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줄곧 테니스 국가대표를 꿈꾸던 그였다. 그러나 체대 졸업 후 군대를 다녀오면서 새로운 일을 본격 고민했다.

    “어떤 일을 해야 내 미래를 더 좋게 만들까를 많이 고민했어요. 평생 테니스를 쳐왔지만 그때 당시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대학시절부터 고향의 부모님께서 농사를 권유하셨는데, 긴 고민 끝에 남보다 더 빨리 도전하면 전망이 있겠다고 판단했고 농부가 되기로 결정했죠.”

    그의 부모님은 평생 농사를 지으셨다. 농부의 아들로 자란 그의 어린 시절 기억 속 부모님은 항상 힘들고 고단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면서 농사 기술이 점차 현대화되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고, 농업의 비전을 점쳐볼 수 있었다. “처음에 고민할 때 저보다 나이가 많으신 분들은 적극 지지했지만, 친구들은 왜 벌써 시골에 들어가려고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았어요. 사실 대학시절 내내 이 문제로 고민을 했거든요. 그러다 농촌에서 젊은 나이에 빨리 농업을 시작하는 것이 경쟁력 있겠다고 결정을 했어요. 사실 저는 부모님께 농사를 배울 수 있다는 유리한 점도 있었고요.” 그렇게 2016년부터 부모님 농장에서 기술을 배우는 동시에 청년농부사관학교와 대학원 과정을 통해 본격 농업을 배우기 시작한 그는 지난 2021년 산청 덕산딸기 작목반의 막내농부가 됐다.


    잘 익은 딸기가 주렁주렁 달려 있다.

    ◇연 매출 3억원을 달성하기까지

    그는 현재 산청군 덕산면 일대 8330㎡ 규모에 총 9개 딸기 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 연간 딸기 수확량은 3만8925㎏, 매출액이 3억6000만원 수준이다. 지난해에는 ‘농부 선생님’ 격인 부모님보다 더 많은 매출을 내는 성과도 냈다.

    “처음부터 잘됐던 건 아니에요. 어느 해는 딸기꽃이 수정이 안 돼 기형과가 많이 나오거나 수확이 불가능한 정도의 상태가 됐을 때가 있었는데 이것 저것 알아봐도 답을 못 찾을 때 몸도 마음도 경제적으로도 너무 힘들었고, 병이 생겼는데 처방이 안 되고 계속 퍼져나갈 때도 있었죠. 그런 위기가 있을 때마다 공부와 자문을 통해 기술을 익히면서 자가육묘로 내 농장에 알맞게 모종을 키워 안정성과 수확시기 조절을 하면서 매출을 늘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어린 시절부터 딸기 밭과 함께 자란 그가 식별하는 최적의 맛과 식감도 봉주농원의 큰 강점이다. 딸기 농사를 시작하는 그의 지인들이 봉주농원 모종을 가져가기도 한다. “적절한 단맛을 위해 하우스 온도 조절에 굉장히 신경을 써요. 또 농사를 짓는 산청군 시천면이 지리산 천왕봉이 속해 있어서 맑은 물과 높은 일교차로 단맛을 내는 데 유리한 환경이기도 하고요. ”

    ◇농사를 짓는 30대의 삶이란

    그는 농부지만 하루 종일 하우스에 머무르며 땀 흘리진 않는다. 하우스 내 온도 등 환경을 관리하고 직원들이 딸기를 재배하고 포장하는 과정을 관리감독하는 일이 그의 주된 업무다.

    “딸기농사에서 중요한 게 재배시기와 자가육묘로 내 농장에 알맞게 모종을 키워 수확시기를 조절하는 일이에요. 그래서 저는 관리에 주력하고 재배나 포장 등은 직원분들께 맡기고 있어요. 물론 일손이 부족할 때는 같이 일을 하기도 하지만 제 꿈이 농사 경영이기 때문에 제 역할도 관리자로 규정하려고 하죠.”

    산골에서 농사를 짓는 삶이 답답하고 적막하진 않을까 싶지만 그는 취미를 적절히 즐기는 워라벨 있는 삶이 장점이라고 답한다.

    “농부는 해가 뜨면 출근해서 해가 지면 퇴근하거든요. 제가 운동을 좋아하니까 일 끝나고 테니스를 하거나 운동도 하고, 진주까지 30분이면 갈 수 있어서 친구들도 자주 만나요. 특히 농한기에는 좋아하는 낚시나 긴 여행을 하면서 여유롭게 재충전할 수도 있고요. 또 덕산딸기 작목반에서는 제가 막내지만, 지역 청년 농업인 단체 활동을 통해 또래 농부들을 만나 소통하며 같은 고민을 나눌 수 있어 재미있어요.”

    ◇경쟁력 있는 농업경영체 운영 꿈꿔

    그는 부농을 꿈꾼다. “처음에 6동으로 시작했는데 9동을 늘렸고, 올해 더 늘릴 계획이에요. 이번에는 스마트팜에 도전하고 싶어요. 점차 농장 규모도 키우고 기술력도 발전시켜 봉주농원을 안정적인 농업경영체로 성장시키는 게 제 꿈입니다. 성공한 경영자, 경쟁력 있는 딸기재배기술을 갖춘 실력 있는 농부가 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농사를 고민하는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농사가 쉽지 않은 일이긴 하지만 경험자로서 추천하고 싶은 일이에요. 특히 제도적으로 자본금이나 기술 등 청년농부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잘 갖춰져 있거든요. 저도 청년농부사관학교에 다니면서 배운 기술과 만들어진 네트워크로 도움을 많이 받았고요. 무엇보다 땀 흘려 일하고 일한 만큼의 성과를 보면서 얻는 수확하는 기쁨이 진짜 큰 것 같아요. 더 많은 청년 농부들이 저랑 같이 딸기농사를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딸기 정말 괜찮거든요.(웃음)”


    청년농업인 영농기반 시설·장비 구축
    신규농업인 영농기초기술교육 등 제공

    ☞ 산청군 귀농귀촌 지원 정책은

    산청군에서는 청년 농업인을 육성하고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산청군농업기술센터에서는 차세대 농업인 성공모델 육성지원사업과 함께 귀농 신규농업인을 위한 다양한 혜택과 지원, 신규 농업인을 위한 교육 등을 시행하고 있다.

    산청의 ‘차세대농업인 성공모델 육성지원 사업’은 39세 이하 독립경영 청년농업인을 대상으로 신기술과 영농현장에서 축적하고 검증한 기술을 적용해 구체화할 수 있는 영농기반 시설 및 장비 구축 지원하는 사업이다.

    군은 4-H회원인 청년농업인들을 대상으로 한 산청군만의 지원정책도 발굴 추진하고 있다. ‘청년4-H회 교육 운영 지원사업’, ‘청년4-H회 경쟁력 강화지원사업’, ‘청년4-H회 과학영농지원사업’ 등이 주요 사업들이다.

    이와 함께 귀농귀촌 신규농업인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귀농 신규농업인 영농정착지원사업(500만원) △귀농귀촌 주택수리비 지원사업(500만원) △귀농인 이사비 지원사업 (2000만원)등도 지원한다.

    또 농촌지역으로 이주한 신규농업인에게 체계적인 기초 영농기술교육과 농업정보를 제공하여 안정적인 농업농촌에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신규농업인 영농기초기술교육’, 농촌지역 이주 귀농 연수생을 대상으로 5개월간 단계별 현장 실습교육을 지원하는 ‘신규농업인 현장실습교육’ 프로그램도 있다.

    이와 함께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한 신기술 보급을 위해 지역특화작목(딸기 등)에 대한 정밀농업 적용을 위한 해외 선진사례지 교육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스마트팜 청년창업 교육’도 제공한다.

    이승화 산청군수는 “농업농촌의 환경이 급변하는 시점에서 청년농업인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새롭게 도전하는 청년농업인들을 위해 그들과 꾸준히 소통하면서 건의사항들을 최대한 반영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스마트팜 시설 설치 지원과 더불어 스마트팜 청년창업 교육운영으로 청년농업인들이 다양한 변화에 적응할 수 있고 정밀농업기술을 갖춘 농업인을 육성해서 부강한 우수청년농부들이 많이 배출되도록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글= 조고운 기자·사진= 방소정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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