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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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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작업실 (12) 최형석 베이시스트

악기 연주하며 쉬고 놀 수 있는 나만의 ‘에너지 충전소’

  • 기사입력 : 2024-03-21 08: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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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살쯤 아버지 권유로 기타 배워
    대학 전공수업 중 접한 베이스
    처음부터 다른 느낌·매력에 전향

    혼자만의 공간 갖고 싶어 투자
    차음판·흡음재 등 직접 설치하며
    차분하고 편안한 작업실 마련
    조명 하나까지 그만의 애착 가득

    3개 악기 연주 ‘경남 유일’ 되고파
    현재 콘트라베이스까지 공부
    밴드 등 4곳서 활동하며 출강도
    “공연 행복…연주자 삶 살고 싶어”


    “깊이, 울림. 이런 것도 있겠지만 베이스 악기 자체가 안정감을 주는 음역대거든요. 안정감, 단단하달까요.” 베이스 악기의 매력이 무어냐고 물었다. 최형석(28) 베이시스트의 답변을 곱씹다 생각한다. ‘연주자와 악기는 닮는다’는 말을. 그와 악기, 그리고 그를 에워싼 공간을 둘러본다. 차분하고 편안하다. 그가 오래 손에 쥔 악기를 닮아가는 것인지, 아니면 그의 바라던 삶의 표상을 악기로 투영한 것인지는 모를 일이다. 그가 베이스 악기의 매력을 ‘안정감’으로 꼽았듯이 그의 작업실 역시 연습실 같은 딱딱한 의미보다는 휴식공간이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벽면에는 이곳을, 그를 찾은 사람들의 사진이 가득하다. 카페트와 빈백 소파는 더없이 포근하고, 구석 한쪽 책장엔 책들과 장난감, 폴라로이드 카메라가 공간을 지킨다. 혼자 쉬며 놀며 악기를 연주하는 이곳은 그에게 에너지 충전소다.

    최형석 베이시스트가 김해시 진영읍 자신의 작업실에서 베이스 기타를 연주하고 있다. 그에게 작업실은 혼자 쉬고 놀며 악기를 연주하는 에너지 충전소이다./성승건 기자/
    최형석 베이시스트가 김해시 진영읍 자신의 작업실에서 베이스 기타를 연주하고 있다. 그에게 작업실은 혼자 쉬고 놀며 악기를 연주하는 에너지 충전소이다./성승건 기자/
    최형석 베이시스트가 김해시 진영읍 자신의 작업실에서 베이스 기타를 연주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최형석 베이시스트가 김해시 진영읍 자신의 작업실에서 베이스 기타를 연주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지극히 혼자, 나와 음악만이 존재하는 곳

    -음악가들은 보통 작업실이 있는 경우가 드물다고 안다.

    △보통 학원, 합주실을 함께 쓰는 경우가 많다. 사실 연습실을 마련하는 게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스스로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했다. 악기 연습은 물론 컴퓨터를 통한 음악 작업이 이곳에서 이뤄지고 있고, 저를 찾는 학생들이 개인 레슨을 받는 공간이 될 수도 있다.

    벽면 군데군데 설치된 나무 소재 차음판./성승건 기자/
    벽면 군데군데 설치된 나무 소재 차음판./성승건 기자/

    -작업실에 대한 애착이 큰 것 같다.

    △지극히 혼자만의 공간이 필요했다. 이곳은 원하는 모습으로 인테리어를 직접 했다. 탁 트여 있는 넓은 공간이 그리워 탕비실 빼고는 공간을 나누지 않았고 또 개인적으로 소리가 울리는 걸 선호하지 않아 벽면에는 흡음재로 모두 채웠다. 음악작업을 할 때 소리가 너무 멀리 빠져도 안 돼서 작업 공간 군데군데 나무 소재 차음판을 설치했다.

    악기 연주 중 소리가 튈 수 있어 설치한 블라인드./성승건 기자/
    악기 연주 중 소리가 튈 수 있어 설치한 블라인드./성승건 기자/

    -미관상 인테리어인 줄 알았는데, 듣고 보니 이곳에 있는 모든 것들에 이유가 있어 보인다.

    △실제로 모든 게 의미가 있다. 작업공간 바로 뒤 소파도 소리가 도망가지 않기 위한 것이다. 또 통창이라 소리가 튈 수 있어서 블라인드를 설치했다. 다만 어느 정도는 반사음이 있어야 해서 나무 소재로, 문에는 커튼을 달아 소리가 울리지 않도록 했다. 조명이 주는 청각이 있다고 생각해 천장이나 벽면, 바닥 카펫까지 모두 어두운 색으로 했다. 밝으면 부산스러워지는 느낌이라 조명도 밝지 않은 노란 색이다. 작업할 땐 라인조명 하나만 켜고 한다.

    -작업실에 매일 오나. 루틴이 있다면.

    △어느 공간이든 사람의 발길이 있어야 유지가 되기 때문에 특별한 일이 있지 않고서야 매일 온다. 오면 제일 먼저 바닥 카페트 청소기를 돌리고, 악기를 위해서 온습도를 체크한다. 습도는 40~50%, 온도는 18~20도를 유지하려고 한다.

    작업실 벽면에 폴라로이드 사진이 붙어 있다.
    작업실 벽면에 폴라로이드 사진이 붙어 있다.
    책장에 놓여 있는 마음의 안정을 주제로 한 책들과 장난감./성승건 기자/
    책장에 놓여 있는 마음의 안정을 주제로 한 책들과 장난감./성승건 기자/

    ◇나를 드러내지 않아 남을 돋보이게 하는 시간

    최형석은 기타 역시 전공했으니 기타리스트이기도 하지만 베이스 악기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베이시스트의 면모가 두드러진다. “베이스 악기는 있을 땐 잘 몰라도 없어지면 중요한 걸 깨닫는 악기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말이 딱 맞다.” 그의 악기도, 그도 그렇게 자신들의 존재를 증명하는 중이다.

    -베이스 기타를 전공한 배경이 있나.

    △원래는 기타를 전공했다. 10살 즈음, 예전에 기타를 치셨던 아버지께서 악기 하나 배워보라시며 기타를 사주셨다. 그때 받았던 교재를 닳도록 보며 연습했던 기억이 있다. 대학 전공수업 첫날인가 은사님이 자신의 클래스에서 베이스기타 자리가 공석이 났다며 쳐줄 수 없겠나 물었던 게 계기였다. 생각해보면 악기에 특출난 학생은 아니었는데 베이스 기타는 처음부터 느낌이 달랐다. 만감이 교차했고 전향했다. 돌아보니 그때가 인생의 큰 전환점이었다. 그때도 지금도 지역에서 베이스 기타를 치는 사람은 드물어서 음악을 업으로 할 수 있게 됐다.

    최형석 베이시스트가 김해시 진영읍 자신의 작업실에서 베이스 기타를 연주하고 있다. 그에게 작업실은 혼자 쉬고 놀며 악기를 연주하는 에너지 충전소이다./성승건 기자/
    최형석 베이시스트가 김해시 진영읍 자신의 작업실에서 베이스 기타를 연주하고 있다. 그에게 작업실은 혼자 쉬고 놀며 악기를 연주하는 에너지 충전소이다./성승건 기자/

    -기타와 베이스 기타 모두 하는데 애로는 없나.

    △사람 마음 중 간사한 게 쉽게 질린다는 거다. 그래서 생각한 게 두 개를 다 잘하려고 노력하면 뒤처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며 해왔다. 사실 두 악기는 함께 하기 힘든 악기다. 일렉 기타는 보이는 것, 베이스는 드러나지 않고 최대한 다른 악기를 서포트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두 악기를 함께 했기 때문에 균형을 잘 맞출 수 있는 것 같다.

    -지역 안팎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총 4군데 활동 중이다. 지난 2023년부터 ‘DNS뮤지션’에서 활동을 시작했고, 재즈를 좋아하는 은사님과 최근 ‘창원재즈라운지’를 함께 하고 있다. 또 부산에서 밴드 ‘날라리와 쟁이’ ‘소리치레’에 참여하고 있다. DNS에서는 기타, 나머지 팀에선 모두 베이스를 담당하고 있다.

    -작업실을 보니 콘트라베이스도 보인다.

    △콘트라베이스 역시 베이스 악기다. 일렉 베이스로 콘트라베이스 소리를 표현해보려 했지만 같을 순 없어 배우려던 차에 은사님께서 ‘베이스, 기타에 콘트라베이스까지 하는 사람은 경남에서 유일하지 않겠나’ 하시더라. ‘유일’이 되고 싶은 욕심으로 공부하고 있다.

    가벽 사이로 보이는 최형석 베이시스트의 연주 모습.
    가벽 사이로 보이는 최형석 베이시스트의 연주 모습.
    최형석 베이시스트가 김해시 진영읍 자신의 작업실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그에게 작업실은 혼자 쉬고 놀며 악기를 연주하는 에너지 충전소이다./성승건 기자/
    최형석 베이시스트가 김해시 진영읍 자신의 작업실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그에게 작업실은 혼자 쉬고 놀며 악기를 연주하는 에너지 충전소이다./성승건 기자/

    ◇날마다 새로운 연주자의 삶

    -음악활동에 있어 소신, 철학이 궁금하다.

    △활동 중인 창원재즈라운지 외 모두 퓨전 밴드다. 퓨전에 미래가 있다고 생각한다.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 그래서 기존에 있는 것들이 아닌, 새로운 기획공연을 많이 하고 싶다.

    -아직 20대다. 주변에선 지금도 이미 성공했다는 시선으로 볼 것 같다.

    △어린 건 맞는 것 같다. 음악을 하면서 상승곡선을 달려온 것도 부정할 수 없다. 내가 의도한 것보다 잘 풀렸다. 이건 내가 능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운이 좋았던 것 같아 늘 주변에 감사하다. 내가 앞으로 잘 될 놈인지도 모르겠지만 아직 어리므로, 하고 싶은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많다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목표, 다짐이 있다면.

    △일렉 베이스 중에서도 꽤 명성 높은 친구를 최근에 들였다. 1000만원대다. 엄청 오래 써온 기타도 800만원대이다. 목표는 경제적으로 힘들어져서 이걸 팔 일이 없으면 좋겠다. 공연할 때 가장 행복하다. 그래서 공연 한 번 한 번이 귀하고, 또 만족스러운 연주에선 희열을 느낀다. 지금은 악기 연주는 물론 곡작업도, 출강도 나간다. 연주하는 데 여유롭고 싶어서이다. 하지만 먼 미래엔 연주만 할 수 있는 연주자의 삶을 살고 싶다.

    김현미 기자 hm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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