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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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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선거는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피어나는 꽃- 이장희(국립창원대학교 법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24-02-18 19: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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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나라에서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리고 있다. 선거에서 어떤 사람이 대표로 선출되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이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선거 하나만으로 민주주의를 완성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제대로 된 선거가 없다면 올바른 대표를 얻기 어려움은 물론이고 민주주의를 논할 수조차 없을 것이다.

    선거가 제대로 시행되려면 선거의 전 과정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관리하여 국민적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선거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하루아침에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가 비교적 짧은 기간에 민주주의를 이룩하였다고 하지만 엄정한 선거관리가 정착되기까지 심각한 국가적 혼란과 국민적 희생을 치러야 했다. 현행 헌법 전문에는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였다고 명시하고 있다. 여기서 ‘불의(不義)’란 1960년 이승만 정권이 조직적으로 자행한 3·15 부정선거를 말한다. 그것이 불의인 이유는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무너뜨림으로써 민주헌법의 근간을 훼손하였기 때문이다. 결국 국민의 거센 저항을 받아 이승만 대통령이 물러나면서 제2공화국 헌법이 새롭게 출범하였고, 다시 그러한 헌법파괴적 불의가 반복되지 않게 하고자 독립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헌법에 처음 신설하였다.

    현재의 선거관리위원회는 국회나 정부, 법원, 헌법재판소와 동급으로 독립된 지위를 가지는 헌법기관으로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각급 선거관리위원회로 구성된다. 또 선거의 공정한 관리를 위해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에게 정치적 중립성을 요구하고 헌법상 임기와 신분을 보장하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직선거법을 엄정하게 집행하여 선거의 신뢰성을 높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민의 선거 참여 가능성을 높임으로써 선거의 민주성을 강화하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전 세계가 셧다운되면서 영국, 프랑스, 미국 등에서는 선거가 연기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우리는 초유의 방역선거라 볼 수 있었던 4·15 총선까지 무사히 완수하면서 이른바 ‘K선거관리’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도 하였다

    4·10 총선을 앞두고 최근 유튜브나 소셜미디어 일각에서는 종래의 사전투표나 투표지분류기 사용 등을 두고 부정선거의 의혹을 제기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한 의견은 투명하고 공정한 선거관리를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라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런 근거 없이 단지 의혹만으로 선거의 전 과정을 부정선거로 단정하는 것이라면 오랫동안 쌓아온 선거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위협하는 행동이 될 수도 있다.

    선거는 국민을 위한 정치가 뿌리를 내리고 더 나은 민주정치로 발전하길 염원하는 온 국민들에게 정치적 참여와 축제의 시간이 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관리가 언제나 필수적일 것이다.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를 믿음으로써 활짝 피우는 것도 국민의 몫이지만, 그 꽃을 시들게 하여 정치의 퇴행을 심화시키는 것도 궁극적으로 국민의 책임이다.

    이장희(국립창원대학교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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