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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8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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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야기] 세렌디피티- 한승전(한국재료연구원 책임연구원)

  • 기사입력 : 2024-02-15 19:4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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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렌디피티(Serendipity)란 단어가 있다. 이 단어는 완전한 우연으로 중대한 발견이나 발명이 이뤄지는 걸 뜻한다. 특히 과학분야의 연구에선 본연의 목적과 달리 발생한 매우 훌륭한 결과를 말하기도 한다. ‘세렌디피티’의 예를 들자면, 플레밍의 페니실린, 전자레인지의 발명, 스테인리스 합금 등 세계적 명성을 가진 제품 모두가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세렌디피티를 얘기하면 ‘마이클 패러데이’도 자연스레 언급된다. 패러데이는 많은 발명과 함께 일반인에게 과학을 전파하는 최고의 과학커뮤니케이터 중 하나였다. 그는 지루한 실험 끝에 실수로 자기력의 변화가 순간적으로 전기를 만들어내는 현상을 발견했다. 이 결과를 대중에게 전파하는 과정에서, 당시 영국의 재무장관 윌리엄 글래드스턴은 패러데이에게 이러한 질문을 했다고 한다. “자기를 사용해 순간적으로 전기를 흘려보냈다고 해서, 이것이 대체 무슨 도움이 되느냐?”, 그러자 패러데이는 “20년쯤 지나고 나면 당신들은 전기에 세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물론, 두 사람이 이런 대화를 나누었다는 직접적인 사료는 없지만, 그런데도 현재 전자기학은 패러데이의 예언을 훨씬 뛰어넘는 발전을 거듭해왔다. 현대의 전기는 패러데이가 발견한 자력의 변화로 생산되고, 이는 인류의 문명을 지탱하는 대표적인 에너지원으로 자리잡았다.

    세렌디피티를 언급할 때 흔히 사람들은 이것이 단지 운이 좋은 경우일 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와 다른 의견을 제시한다. 일반인들이 미처 찾을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을 때, 색다른 걸 발견하는 우연한 기회가 ‘세렌디피티’라면, 이 기회를 얻은 운 좋은 발견자는 최소한 자신이 발견한 것의 창조적인 가능성을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즉, 기본적인 지식과 집중력, 그리고 집요함이 있어야만 ‘세렌디피티’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 세렌디피티를 활용한 수많은 유명 과학자들은 모두 자기 분야를 통달한 사람들이다. 자신의 연구성과가 비록 세계적인 것이 아닐지라도, 적어도 상상을 초월한 집중력과 집요함으로 꾸준히 진행해 세렌디피티를 활용했다.

    달리 말하면, 한 분야를 오래 연구할수록 새로운 결과를 도출할 우연한 기회를 마주할 가능성이 오히려 크다. 명저 ‘로마인 이야기’의 저자 시오노 나나미도 그녀의 책에 ‘어느 한 곳을 꾸준히 집중해 나온 결과는 다른 곳에 훨씬 더 요긴하게 사용될 수 있다’고 밝혀 과학자가 아니지만 ‘세렌디피티’를 잘 알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선택과 집중만 강요하는 과학 정책과, 연구비가 많은 분야에 몰리는 과학자들은 자신의 분야에서 정점에 설 기회와 세렌디피티를 활용할 기회마저 잃어버리고 있는 건 아닐까?

    한승전(한국재료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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