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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8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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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적식(適食)의 시대- 오성진(농협중앙교육원 교수)

  • 기사입력 : 2024-01-28 19:3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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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의 진골 출신 신라왕이었던 김춘추(왕호는 태종 무열왕)의 식사량에 대해 삼국유사 저자는 이렇게 썼다. “왕은 하루에 드시길 쌀 3말과 꿩 9마리를 젓수셨는데, 경신년에 백제를 멸망시킨 뒤에는 점심은 그만두고 아침과 저녁만 하였다. 그래도 계산하여 보면 하루에 쌀이 6말, 술이 6말, 그리고 꿩이 10마리였다.”

    사실인지 과장인지는 모르겠지만 많이 드셨던 왕은 맞나 보다. 그 후로 시간이 흘러 조선 후기에 들어서도 외국인의 눈에는 조선 사람들이 대식가로 보였다.

    선교사의 부인인 릴리어스 호턴 언더우드는 “조선인들은 잔치에 가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먹는다. 잔칫날 많이 먹으려고 전날 굶기도 한다. 반면 일본인들은 잔칫날에 근사한 접시를 늘여놓지만 정작 음식은 쥐꼬리만큼 준다”라고 기록했을 정도이다.

    더 많은 기록들이 있지만 공통되는 점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과거에는’ 많이 먹었다는 점이다.

    1960년대 일반인의 밥그릇 용량이 650㏄ 정도였는데 이는 현재의 공기밥 밥그릇 용량인 270㏄의 세 배 가까이 줄었고, 1인당 연간 쌀 소비량 역시 1970년의 136㎏에서 2022년 56㎏까지 줄은 것이 눈에 보이는 증거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과거’가 아니라 ‘여전히’ 많이 먹는다고 할 수 있는데, 쌀 소비량이 준 만큼 다른 품목들의 소비량이 늘었다. 2012년 기준 1인당 연간 41㎏의 고기를 먹었는데 2022년에는 58㎏까지 늘었고 또한 수산물 소비량 역시 2001년 1인당 연간 42㎏에서 2018년에는 68㎏까지 증가하여 전 세계에서 수산물 1인당 소비량으로 1위를 한 것을 보면 여전히 많이 먹는 우리의 모습을 잘 알 수 있다.

    그런데 많이 먹다보면 대식의 단계를 지나 과식의 단계로 접어들게 된다. 특히 연말연시를 맞아 모임도 잦아지고 함께 하는 식사 기회도 많아지다 보면 나도 모르게 과식을 하게 되는데 과식의 건강상 해로움도 문제이지만 과식 후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도 문제가 된다.

    2022년 신문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1인당 평균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은 연간 71㎏이라고 한다. 게다가 음식물 쓰레기는 그냥 처리되는 것이 아니라 한데 모아서 과다한 염분과 향신료를 제거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 사료나 퇴비로 쓰게 된다.

    이 과정 중 톤당 12만원 정도의 비용이 발생하고, 또한 처리를 하다 보면 대기 중으로 탄소가 배출되는, 즉 온난화 현상에 우리도 모르게 기여를 하는 부작용이 생기게 된다.

    소식(小食). 음식을 적게 먹음. 국어사전에 나오는 단어다. 모든 사람에게 소식을 강요할 수 없기에 이제는 대식도, 과식도, 소식도 아닌 적식(適食)을 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고 생각한다.

    적식. 당연히 국어사전에 나오지 않는 단어다. 하지만 많지도 적지도 않은 양을 먹는 것이 적식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적당한 양을 사고, 적당한 양을 먹고, 적은 양의 음식물 쓰레기를 배출할 때다.

    오성진(농협중앙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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