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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8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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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오늘도 내 마음에 들고 싶어서

오늘 나는 얼마나 나를 사랑했을까

  • 기사입력 : 2024-01-24 08: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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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스로를 옥죄었던 ‘나 자신’ 반성
    타인이 아닌 내 마음에 드는 삶 위해
    일상서 찾아낸 ‘나를 사랑하는 법’ 소개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작가인 능력 살려
    귀여운 그림·짧은 글로 쉽게 풀어내

    인정하긴 싫지만 부정하기 어려운 지병을 앓고 있다. 병명은 ‘좋은 사람 콤플렉스’ 정도가 되려나. 처음 주변인에게 이 말을 들었을 때는 애써 부인했던 기억이 있는데, 지금은 쿨하게 인정하는 편이다. 인정하고도 쉽게 고쳐지지 않는 게 문제지만 말이다. 일상을 돌아보면 하루의 많은 순간에서 남의 눈을 의식하는 나를 발견한다. ‘왜 메시지를 읽지 않지? 어제 내가 뭘 잘못했을까?’ ‘이 일까지는 무리인데, 내가 못하겠다고 하면 어떻게 생각할까?’ 와 같은.

    가까운 지인에게서 “참 피곤하게 산다”는 말을 자주 듣는데, 그는 내가 남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자신을 혹사시킨다고 평했다. 그리고는 내가 했으면 하는 새해 다짐을 주문했다.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는데 특히 남에게서 인정받고 싶은 욕심을 내려놓으라고 했다. 그래서 주변 성화에 못 이기는 척 올해는 ‘남’을 내려놓고 ‘나’를 챙기려 한다. 나에게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내 마음에 들기 위해.


    제목부터 딱 들어맞는 ‘오늘도 내 마음에 들고 싶어서’라는 책이 이 시기에 발간이 된 건, 새해 들어 이런 고민을 하는 게 나뿐만은 아니라는 것 아닐까. 저자인 버들 작가는 ‘오늘도 내 마음에 들고 싶어 분투한 삶을 담은 몇 년간의 기록’이라고 책을 소개한다.

    작가에겐 ‘잔잔하고 담백하게 삶을 꾸려나가는 것’이 이상적인 자신의 모습이었다. 단정한 일상이 무탈하게 이어질 때는 그렇게 살고 있다고 실감할 때도 있었다고. 그런 생각이 들면 뿌듯하다가도 마음 한편에는 나를 이루는 소중한 요소들을 옷장 안에 쑤셔넣고 억지로 문을 닫어버린 듯한 불편한 마음이 공존했다고 토로한다.

    저자가 일러주는 나를 사랑하는 방법은 그리 특별하지 않지만, 내 마음을 들여다보기에 충분하다.

    ‘날 좋을 때 맞바람이 통하게 문을 활짝 열어두고, 텀블러나 그릇은 수건으로 닦기보다 물기가 없어질 때까지 보송하게 말리는 게 좋다. 나도 마찬가지. 지금 내가 서있는 곳이 그늘처럼 느껴지면 일부러 나가서 걷는다. 볕이 있는 곳에 가서 잠시 눈을 감고 앉아 있으면 몸과 마음이 살균되는 기분이다. 마음이 축축하게 가라앉는 기분이 들면 내게 햇빛 같은 사람을 만나고 그런 물건을 곁에 두고 그런 장소에 일부러 찾아간다. 마음에 곰팡이가 생기지 않게 제때제때 그렇게.’ - ‘보송보송’ 중

    작가가 ‘내 마음에 들고 싶어’ 노력한 기록들을 보고 있다 생각한 결론은 ‘나적나’다. 같은 제목의 에피소드도 있는 ‘나적나’의 뜻은 ‘나의 적은 나’라는 것.

    생각해보면 우리의 마음을 다치게 한 것은, 나를 옥죄었던 것은 내가 아니었나. 한날 저자는, 칭찬에 손사래를 치는 자신을 발견하곤 ‘나부터 나를 납작하게 판단하고 대했던 건 아닐까’ 반성한다.

    ‘어떤 날은 욕쟁이, 어떤 날은 상냥해, 하루종일 게으른 날도 있고 실수하는 날도 많아. 밝아보이지만 어두운 면도 내 모습이다. 닮고 싶은 사람이 많지만 나는 결국 나. 미우나 고우나 나는 나.’ - ‘나는 나’ 중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저자의 능력을 십분 발휘한 그림책에 가까운 에세이라, 어쩌면 ‘내 마음 읽기’라는 무거운 주제지만 쉬이 읽힌다. 각박한 당신의 마음에 여유를 줄 책.

    저자 버들, 출판 FIKA(피카), 307쪽, 가격 1만8500원

    김현미 기자 hm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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