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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3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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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칼럼] 간호·간병 통합서비스의 오케스트라

임은정 (희연재활병원 간호팀장)

  • 기사입력 : 2024-01-22 08: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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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은정 희연재활병원 간호팀장

    필자는 16년 차 간호사로, 이 길로 안내해 준 아버지께 “제게 이 직업은 천직이에요. 감사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보람된 일 중 하나가 희연재활병원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에서 일하면서 겪었던 일 때문이다. 그날은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분주한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다. 새로운 환자의 입원을 준비하며 소견서를 확인하니 37세의 젊은 여성 환자였다. 고운 얼굴이었지만 머리에는 수술로 인한 큰 수술 자국이 있어 더욱 안타까운 마음이 더해졌다. 낯익은 얼굴의 환자를 좀 더 유심히 살펴보니 이전 병원에 함께 일했던 동료였다. 질병으로 인한 마비 증상과 눈 맞춤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침상에 누워 있는 모습을 보고 놀랐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환자는 뇌수술 후 섬망과 불안 증상이 더해져 낯선 병원 환경에 병실로 이동하는 중에도 난동을 일으켰다. 이전에 같이 일했던 동료지만 행동 증상을 보니 어떻게 케어해야 할지 막막하고 걱정이 앞섰다. 입원 후 환자는 수술 부위를 지속해서 긁어 상처의 호전이 더뎌졌고, 불안정한 보행과 침상에서 내려오려는 위험 행동을 보여 낙상 사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필자가 근무하는 병원의 이념은 ‘인간 존엄성 확립’이기에 신체 억제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환자 안전을 위해 침상 난간의 공간에 쿠션을 받치거나 설치하기도 하고, 전동침대의 높이를 최대한 낮춰서 유지하도록 했다. 환자가 침상에서 일어날 경우 알람이 울리는 낙상 예방 기구를 적용했고, 야간에는 간호조무사와 재활지원 인력이 번갈아 병실에 상주했다. 하루빨리 병원에서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걱정과 안타까움에 보호자와 수시로 면담하며 함께 눈물을 훔치던 나날을 보냈다.

    우리 병동은 간호사 21명, 간호조무사 10명, 물리·작업치료사 32명, 언어재활사 1명, 재활지원 인력 29명, 병동지원 인력 9명까지 총 100명 이상의 팀원들이 58명의 환자분들을 전담해 케어하고 있다. 팀원들 모두가 환자의 상태 호전을 위한 간절한 마음이었으리라 생각한다. 다방면으로 치료를 제공한 주치의와 동료 간호사, 간호조무사, 물리·작업치료사, 일선에서 따뜻한 어머니의 마음으로 돌보는 재활지원, 그리고 병동지원 인력까지 오케스트라를 방불케 하는 팀원들의 환상의 하모니를 통해 환자는 안정을 찾아가고 있었다. 추운 겨울의 끝에도 봄은 오기 마련으로 입원 후 4개월이 지난 지금의 환자는 상당히 호전되어 매일 아침 밝은 미소로 인사하며 즐겁게 대화하고 있다. 지속해서 긁어 보기 흉했던 수술 부위도 말끔히 나아 머리카락이 자라났고 이전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비협조적이고 폭력적이던 그녀가 점차 일상의 균형을 유지하는 모습에서 간호사로서 뿌듯하면서 보람됐고,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 팀원들의 맨파워에 대단함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

    두 발로 걸고 이전처럼 “아빠”라고 부르며 해맑게 미소 짓는 딸의 얼굴을 볼 수 있게 된 것이 모두 병동 직원들 덕분이라며 보호자는 두 손을 꼭 잡고 눈물을 훔쳤다. 보호자와의 면담을 통해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의 장점이 많다는 것을 체감하게 됐고, 동시에 그 병동의 일원으로 일하는 것에 큰 자부심으로 다가왔다. 내가 바라봤던 기나긴 시간이 하나도 헛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됐다. 오늘도 우리 병동은 멋진 오케스트라의 향연으로 하루를 보낸다. 환자들이 보통의 일상을 찾게 될 내일을 기대하며….

    임은정 (희연재활병원 간호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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