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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3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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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새 출발은 과감하고 담대하게- 이재수(국민연금공단 서대구지사장(전 창원지사장))

  • 기사입력 : 2024-01-16 19: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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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든 삶은 흐른다. 늘 움직이고 쉴 새 없이 변화한다. 자연의 섭리도 그렇다. 모진 겨울 끝에 반드시 봄이 찾아오듯 또다시 새해가 밝았다. 묵은해는 한 줌의 미련도 남기지 않은 채 훌훌 떠나보냈다. 견디고 버텨야 하는 고된 일상에 기쁨이라곤 눈곱만큼도 없었으니 털어내는 게 한결 수월했다. 1월, 시인 오세영의 표현대로 아직 채색되지 않은 신(神)의 캔버스! 텅 빈 하얀 여백에 무슨 모양을 어떤 색깔로 채워갈지 고민할 시간이다.

    새해 새 출발.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미지의 세상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설렘 가득하다. 기분은 들떠서 가라앉지 않고 마음은 두근거린다. 낯섦이 건네는 막연한 두려움과 당당하게 맞설 적잖은 용기와 배짱, 이는 결코 짧지 않은 인생 여정의 필수품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과거의 덫’에서 탈출하는 것이다. 잘못된 습관과 어설픈 인연과 부질없는 집착을 끊어내면 백지와 같은 깨끗한 상태를 만들 수 있다. 과거를 가지런히 정리할수록 더 멀리까지 힘차게 나아갈 수 있다. 가벼운 어깨와 경쾌한 발걸음으로.

    과거에 갇히면 후회의 굴레에 빠져 옴짝달싹 못한다. 이미 지나간 인연과 놓쳐버린 기회를 아쉬워해본들 현실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시행착오는 그저 삶의 한 장면에 불과하다. 그러니 두려워하거나 애써 부정하거나 억지로 변명할 필요가 없다. 탐험가 제를라슈의 말처럼 “실패해도 모험을 시도하는 건 나 자신에 대해 계속 배우는 것”이니 그것으로 괜찮다.

    비록 지나온 삶이 곧은 직선이 아니라 마구 휘어진 구불구불한 곡선일지라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성공했든 실패했든 그건 이미 지나쳐온 길이다. 예전으로 다시 돌아갈 순 없다. 그저 묵묵히 걸어야만 사막을 건너듯 쓸데없이 뒤돌아보지 않고 어쨌든 앞으로 걸어가야 한다. 모든 존재는 한 번뿐이고 더 이상은 없다, 우리 삶도 오직 한 번뿐이다.

    ‘뷔리당의 당나귀(Buridans ass)’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는가. 배고프고 목마른 당나귀한테 양적과 질적으로 동일한 만족을 주는 건초더미와 물동이가 놓여 있다, 선택과 생각은 한 번에 하나밖에 할 수 없다, 당나귀는 물을 원하는 만큼 건초를 원하고, 건초를 원하는 만큼 물을 원한다, 당나귀는 어떤 것도 포기하지 못하고 어떤 것도 선택하지 못해 결국 배고픔과 목마름으로 죽고 말 것이다. 동일한 두 가지 선택지 앞에서 과감하게 결단하지 못해 어물어물 망설이다 결국 어느 쪽도 선택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니 중요한 건 ‘자유 의지’다. 자신의 행동과 결정을 스스로 조절하고 통제할 수 있는 힘 말이다. 삶이라는 거친 바다에 거센 폭풍우가 몰아치더라도 좌초되지 않는 건 굳건한 의지라는 닻이 있기 때문이다.

    2024년은 푸른 용의 해! 청룡(靑龍)은 새로운 가능성과 희망을 상징한다. 그러나 세상은 여전히 끝이 보이지 않는 짙은 어둠의 터널을 통과하느라 고군분투하고 있다. 온갖 유혹이 넘실대고 시련이 소용돌이친다. 그럼에도 살아야 하고, 이왕이면 제대로 살아야 한다. 결코 두 번 아닌 오직 한 번뿐이니까 언제나 그랬듯이 으레 가슴 벅찬 희망을 품어야 한다. 쓸데없는 걱정에 자신을 가두지 않은 채.

    인생은 리허설 없는 연극! 살다보면 도저히 넘을 수 없는 고난의 벽에 가로막혀 좌절하고, 뜻하지 않는 시련에 상처 받는다. 그러나 빈틈없이 정확하게 해내려는 사명으로 준비하고 몰입하면 산티아고 노인처럼 “어쩌면 오늘 행운이 닥쳐올지”도 모를 일이다. 게다가 철학자 로랑스 드빌레르 표현처럼 “어려움이 닥쳐도 그건 그냥 삶의 한순간일 뿐이다. 결국엔 모두 스쳐 지나갈 순간”이다. 그리고 “어떤 것에 실패해도 그것이 실패한 것이지, 나의 존재가 실패는 아니다. 나는 그보다 훨씬 더 가치 있는 존재다.” 그리고 설령 “실패해도 우리는 나답게 살 수 있다.”

    이재수(국민연금공단 서대구지사장(전 창원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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