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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8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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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성찰하는 현재의 삶

창원 민창홍 시인 ‘도도새를 생각하는 밤’ 출간

  • 기사입력 : 2024-01-15 08:4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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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원에서 활동하는 민창홍 시인이 시집 ‘도도새를 생각하는 밤’(사진)을 냈다.

    삶과 시가 함께 간다는 평가를 받아온 시인의 시학은 이번 시집에서도 여전하다. 흔히들 새로 발표하는 시집은 이전의 정체성 대부분을 은폐하고 스스로를 갱신하려 하는 데 반해 그의 시는 일관되게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생활 실천적 문제로 육화한다.

    ‘아내의 성화에 분리수거를 하려고 종이상자를 들었는데 사과 하나가 툭 떨어진다 내 발등을 찍고 구르는 사과, 반쯤 썩어서 시커멓다 도려내고 먹을 수 있을까 하고 얼른 집어 들었는데 물이 흐른다 종이 상자에 갇혀 목을 조여오는 답답한 시간들이 흘러내린다 어찌 견디었을까 얼마나 외롭고 두려웠을까’ - ‘사과’ 중

    이처럼 민창홍의 시는 결코 삶과 분리되지 않는다. 신상조 문학평론가는 “현실의 비루함을 넘어 그 너머를 희구하고 현재적 삶을 성찰하고 반성하는 시인의 시는 나날의 현실에 육화된 모습으로 드러난다”고 해설한다.

    시와 삶의 거리가 가까운 것이 감성보다 이성을 택했다는 말로 귀결될 수 있을까. 시인의 말에서 그는 “서른여섯 해 동안 집착해 온 교직이 정산서 앞에서 감성보다는 이성이 허무와 절제를 삭혀주었다”고 하지만, 그의 글은 무엇보다 밝고 따뜻한 감성으로 가득하다. ‘고라니가 뛰어가는 날’에서 고라니와 화자의 머리 위로 쏟아지는 별빛처럼.

    ‘밭 가운데로 널 뛰듯 달려온 널 보았지/ 도로에는 차들이 달리고 있었어/(중략) 지하도를 오르내리는 악몽을 꾸고 있었지/ 자동차 경적에 놀라 뛰던 날일거야. 달빛이 환한 곳을 같이 걸어가고 있었어/별이 쏟아지는데 그럴 수 있다고 서로를 토닥였지/ 텅 빈 들판 한가운데’ - ‘고라니가 뛰어가는 날’ 중

    김현미 기자 hm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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