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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5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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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2024 갑진년(甲辰年) 새해를 맞이하면서- 이재돈(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 기사입력 : 2024-01-01 20:5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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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사다난했던 계묘년(癸卯年)은 아쉬움을 남긴 채 물러가고 용기와 도전을 상징하는 청룡의 해, 갑진년(甲辰年)의 새해가 밝았다.

    해마다 연말이면 대학 교수들이 한 해 동안의 사회 현상을 반영하는 사자성어를 선정하고 있다. 2023년의 사자성어 1위는 ‘이익을 보느라 의로움을 잊었다’는 ‘견리망의(見利忘義)’였다. 출세와 권력이라는 이익을 얻기 위해 자기 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정책을 입안함으로써 공공의 이익보다는 개인의 이익 추구에 힘을 쏟는 오늘날 우리 사회의 상황을 꼬집는 것이라고 한다.

    지난 한 해를 돌이켜 보면 우리 사회는 정치, 경제, 교육 등 전 분야에 걸쳐서 심각한 지경에 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치권은 여와 야, 보수와 진보의 해묵은 갈등 속에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국회는 본연의 업무인 국민을 위한 정책 수립보다는 정쟁만 일삼고 있으며, 특권 의식에 사로잡힌 일부 정치인들의 막말과 회기 중 코인 투자, 정치 자금 살포 등의 일탈된 행동은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대화와 협상를 통한 상생의 정치는 실종되어 입만 열면 국민들을 위하여 일한다는 정치인을 오히려 국민이 걱정하는 암울한 상황이 되었다.

    우리의 경제 현실은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고환율·고금리·고물가의 삼중고 속에서 무역 수지는 악화되고, 소비 위축과 계층 간, 세대 간, 지역 간의 빈부 갈등으로 말미암아 더 어려워지고 있다. 대다수 서민들은 자신들의 삶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국가 경제가 나아지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국민과 기업의 경제 활동을 어렵게 만드는 구태의연한 각종 규제 철폐, 경제 양극화 최소화, 청년 취업률 제고,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복지 확대 등 사회 구조 혁신을 통하여 국민들이 행복을 추구할 수 있도록 경제 정책을 수립해 실행할 때 나라가 발전하고 국민이 행복할 수 있다는 국가 통치의 기본을 바르게 인식해야 한다.

    교육계는 일부 학부모들의 무리한 민원으로 인한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극단적 선택을 계기로 교권이 무너진 학교 현장의 모습이 낱낱이 드러나게 되었으며 교육 현장은 긴 한숨을 몰아쉬어야만 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공교육의 위기 속에서 교권 회복을 위한 법·제도적인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었으며, 교권이 회복돼야 학교 교육이 바로 설 수 있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저출산·고령화 사회로 인한 인구 소멸과 지방 소멸은 국가의 미래 경쟁력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발빠른 정부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통계청의 장래 인구 추이(2021.12)에 따르면 2023년 0.73명, 2024년 0.70명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이 OECD 국가 중에서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경남의 어느 농촌형 시군에서는 작년에 1000여명이 사망했는데 신생아는 70여명 출생했다는 고향 친구의 이야기를 전해 듣고 우리의 미래가 걱정됐다. 인구 소멸은 곧 지방 소멸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청년들은 고용·주거·양육 불안 등으로 인해 결혼과 출산을 연기하거나 포기한다고 한다. 따라서 청년들의 일자리 창출과 함께 주거 환경이 안정될 수 있도록 획기적인 청년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 그리고 아기를 출산했을 때는 정부와 지자체에서 아기를 키우는데 충분할 정도의 육아자금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또한 현재 OECD 국가 대비 크게 낮은 ‘가족 관련 예산’을 대폭적으로 늘려 자녀 양육에 대한 부담을 극소화할 수 있도록 안심 육아를 위한 공공기관을 설립하고 육아 휴직 기간 확대와 함께 육아로 인한 불이익이 없도록 국가기관과 기업에서 솔선수범함으로써 육아의 소중함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갑진년에는 아기 탄생의 우렁찬 울음 소리가 동네마다 울려 퍼지는 희망이 넘치는 값진 한 해가 되길 바란다.

    이재돈(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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