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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4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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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그 섬에 사람이 산다- 김성호(통영거제고성 본부장)

  • 기사입력 : 2024-01-01 20:5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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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영시 도산면 오륜리에는 ‘읍도’라는 작은 섬이 딸려 있다.

    행정기관의 통계에는 23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잡혀있지만, 실제 주민은 10명 남짓이 전부다. 주민 대부분은 70~80대 노인들이다. 옛날부터 살다 보니 섬을 떠나지 못하고 그렇게 살아온 사람들이다.

    사람이 적으니 여객선이나 도선 같은 배편도 진즉에 끊겼다. 육지로 나가는 유일한 수단은 개인 어선뿐이다. 이 탓에 읍도 사람들은 몸이 아파도 쉽사리 육지로 향하지 못한다.

    어느 TV 프로그램에서처럼 외딴섬에 나 혼자 살면 될 듯하지만 모르고 하는 얘기다.

    육지 사람들이 섬사람들을 가만두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육지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가 골치다. 읍도 해안선엔 육지에서 떠밀려온 쓰레기가 가득하다. 특히 스티로폼 부표가 가장 골칫거리이다. 읍도 인근 양식장에서 떠내려온 스티로폼 부표는 파도를 타고 자연스럽게 읍도 해안가에 쌓인다. 주민 대다수가 연로한 탓에 떠밀려오는 부표 앞에 속수무책이다.

    유독 읍도 주민의 삶만 이런 건 아닐 것이다. 정도만 다를 뿐 섬사람들의 삶이란 게 거기서 거기다. 섬에 살면 외롭고, 서럽고, 고달프다.

    경남에는 약 400여개의 섬이 산재해 있다. 도내 전체 면적의 약 8.5%를 차지한다. 이 중 65개 섬에 약 7500명이 살고 있다. 대부분 고령이다.

    욕지도나 한산도, 사량도처럼 주민 수 1000명이 넘는 섬은 그나마 괜찮지만 주민 수십 명이 전부인 작은 섬의 환경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교통과 물, 주거, 의료, 보육, 하다못해 생필품 구입조차 힘든 것이 섬사람들의 삶이다.

    사정이 이러니 섬 주민은 해가 갈수록 줄어든다. ‘섬의 존립’ 자체를 고민해야 할 정도다.

    한국섬진흥원이 발간한 ‘섬 인구 감소 대응 방안 연구’ 보고서는 ‘기초 인프라 부족’을 섬 인구 유출의 첫 원인으로 꼽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유인도 중 의료 시설이 없는 섬은 62.3%, 보육·교육 시설이 없는 섬은 76.3%, 복지시설이 없는 섬은 43.3%에 달했다. 이렇다 보니 노인들은 병원 때문에 육지로 향하고, 젊은 층은 교육을 위해 섬을 빠져나간다.

    섬 정책 전반을 되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그동안 우리는 관광객이 많이 오면 섬이 발전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섬마다 둘레길을 만들고 등산로를 정비하고, 전망대를 세웠다. 하지만 섬을 부동산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만 기웃거렸을 뿐이다. 등산객과 낚시객은 섬살이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섬사람들의 한결같은 말이다.

    언젠가 전국의 아름다운 섬을 소개하는 방송을 본 적이 있다. 타이틀이 ‘그 섬에 가고 싶다’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행정안전부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찾아가고 싶은 섬’을 선정하고 있고, 한국섬진흥원은 ‘이달의 섬’을 선정해 홍보하고 있다.

    소개된 섬의 모습은 아름답고 낭만적이지만 그 섬에 사는 사람의 입장에선 열악하기 그지없는 삶의 터전일 뿐이다. 이젠 섬보다는 섬사람을 위한 정책이 필요한 때다.

    그 섬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먼저 생각하자.

    김성호(통영거제고성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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