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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8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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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의사가 직접 겪은 조울증의 세계

[책소개] 가끔 찬란하고 자주 우울한
진단 받아들이기까지 여정 회고… 특징·차이점 등 생생하게 담아

  • 기사입력 : 2023-12-27 08: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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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리뼈가 부러졌으면 병원 가죠? 마음이 아픈 것도 똑같아요. 누가, 무엇이 내 마음에 피를 낸 거야. 그럼 병원 가서 치료를 받아야지”라던 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의 말이 떠오른다.

    ‘현대인은 누구나 정신질환을 하나는 가지고 있다’는 말에 손을 들고 반박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려나. 스트레스는 만병의 원인이라는데 스트레스를 풀이하자면 ‘정신적 압박’ 정도일 테니 정신병이 없는 사람이 특이한 거 아닌가 싶지만, 우리는 스스로의 정신병에 인색하다. ‘내가 정신병자라고? 절대 그럴 리 없어.’


    최근 방영된 웹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온다’에서도 이런 내용이 나온다. 부정하고 또 부정하는, 하지만 특별한 사람만이 병을 앓는 게 아니다. 당장 옆집에 있을 것 같은 이들이 지금 아플지도 모른다. 일과 가정을 열심히 양립 중인 워킹맘이, 업무를 벗어나 인격적으로 무시를 일삼는 상사를 둔 회사원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누군가가 아프다.

    경조울의 에세이 ‘가끔 찬란하고 자주 우울한’은 정신병을 겪고 있는 현직 의사가 자주 우울한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았다. 그도 마찬가지였다. 스물세 살에 2형 양극성 장애(조울증)로 진단을 받았지만 이를 부정하고 적극적으로 치료하지 않은 채 10여년을 보내다 고통스러운 우울로 언젠가는 스스로 삶을 마감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침내 자신을 환자로 받아들인다.

    이 책은 저자가 자신의 정신질환을 받아들이기까지의 고통스러운 여정을 진솔하게 회고하는 한편, 의사로서의 직업경험을 십분 발휘해 의학 서적과 논문으로 알게 된 2형 양극성 장애의 특징, 우울증과의 차이점 등을 세심히 적었다. 정신질환을 안은 채 일을 하고, 사람을 만나고,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이 어떤 것인지 등 고민을 서술하고자 했다.

    의사도 아프다. 마음이 아픈 건 아픈 거지 부끄러운 게 아니다. 다쳤다면 더 이상 상처를 방치하지 말고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볼 기회다.

    출판 북하우스, 240쪽, 저자 경조울, 1만6800원

    김현미 기자 hm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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