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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한때의 적막(寂寞)을 받을지언정- 김진호(정치부 부국장 대우)

  • 기사입력 : 2023-12-11 19: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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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원특례시 최대 현안 중 하나인 마산해양신도시의 민간복합개발시행자 선정과 관련해 무자격자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는 시 감사관의 발표 이후 이 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시지 않고 있다.

    지난 11월 감사관은 이 사업 관련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절차적 하자 외에 공무원의 과도한 개입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감사관은 5차 공모 선정심의회를 개최하면서 전체 15명의 심의위원 중 공무원 3명을 포함한 총 8명만이 참석해 심의를 진행하여 평가 과정에서 공무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4차 공모 선정심의회 당시 간사로 참여한 시 공무원이 심의위원들에게 사업신청자가 제안한 용지매입비로는 사업에 차질이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함으로써, 일부 위원이 평가항목 대부분에 최저점을 부여하는 등 평가 과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으며 지금까지 법정 다툼이 계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단독 상정된 업체를 대상으로 한 4차 공모 심의 과정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재판 과정에서 나온 자료 등을 종합하면 4차 공모 심의 때 해당사업 담당 과장은 “해양신도시 부지조성비로 3400억원이 투입되었는데 A건설 컨소시엄은 용지 매입비로 2300억원의 낮은 가격을 제시하였다”고 말했다. 이런 설명을 들은 다수 심의위원은 부정적인 영향을 받아 낮은 점수를 주었다는 내용의 사실확인서를 작성해 행정소송에 제출했고, 이는 검찰에 증거자료로도 제출됐다.

    이날 당연직 공무원 심의위원으로 모두 3명이 참가했는데 C국장은 사업·운영계획 16개 항목에 대해 (수, 우, 미, 양, 가 중) ‘양’ 6개, ‘가’ 10개로 채점했다. D국장은 개발·건설·사업·운영계획 20개 항목 중 ‘미’ 3개, ‘양’ 8개, ‘가’ 9개를, E소장은 같은 항목에 ‘양’ 7개, ‘가’ 13개를 주었다.

    이들 3명이 모든 항목에서 ‘가’ 또는 ‘양’에 해당하는 최하점을 배점해 이 업체는 총점 794.59로 총득점 800점 이하가 되면서 우선협상대상자가 되지 못했다.

    그런데 창원시 공무원들은 5차 공모 심의에서는 돌변했다. 3명의 당연직 공무원 심의위원의 배점은 모두 ‘수’와 ‘우’로, ‘우’ 이하는 없었다.

    4차 공모에 참가한 A건설 컨소시엄은 2021년 기준 시공실적 3위에 시공능력평가액 10조4000억원 이상인 반면 5차 공모에 참가한 B개발 컨소시엄은 시공실적 9위, 시공능력평가액 3조6000억원이다.

    오랫동안 이 사업을 준비한 컨소시엄에 개발 및 건설 계획과 사업 및 운영계획에서 모두 낙제점을 준 공무원들의 배점은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남용했다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심의에 참여한 공무원들이 이같이 현저히 낮은 점수를 준 것은 시 인사권자의 지시나 주문이 아니면 사실상 불가능하다.

    공무를 집행할 때는 법과 규정을 따라야 하며 정도를 지켜야 한다. 공직자는 시장이 아닌 시민에게 충성해야 한다.

    “한때의 적막을 받을지언정 만고의 처량한 빛이 되지 말라.” 권세에 아부하지 말고 도리를 지키라는 채근담의 경구를 공직자들이 가슴에 새겨야 할 것이다.

    김진호(정치부 부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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