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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칼럼] 50인 미만 중소기업, 중대재해처벌법 반드시 유예해야- 노현태(중소기업중앙회 경남중소기업회장)

  • 기사입력 : 2023-11-26 19: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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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년 계묘년이 한 달 정도 남았다. 소기업계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중요한 현안이 하나 남아있다. 당장 내년 1월부터 50인 미만 사업장도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받게 되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50인 이상 사업장도 제대로 준비하는 것이 어렵다고 하소연하는 상황에서 재무·인력 등 여건이 열악한 50인 미만 사업장이 유예기간 내에 준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지난 8월 중소기업중앙회가 50인 미만 사업장 892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의 80%가 내년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시행을 앞두고 여전히 준비하지 못했다고 응답한 반면, ‘모든 준비를 마쳤다’는 기업은 1.2%에 불과했다.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 의무를 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가 1년 이상 징역 등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특히 소규모 사업장은 사업주의 역할이 절대적이어서 안전사고 발생으로 대표가 구속되거나 징역형을 받아 회사 경영을 직접 챙길 수 없는 경우 폐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소속된 근로자도 일자리를 잃게 될 우려가 크다.

    그렇다고 50인 미만 사업주들이 중대재해처벌법을 지키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 중소기업 현장에서 근로자의 생명과 안전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실제로 영업부터 제품 개발, 때로는 직접 기계까지 돌리는 등 일인 다역을 수행하면서도 시간을 쪼개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설명회도 참여하고, 정부 컨설팅도 받는 등 노력을 기울이는 사업주가 많다.

    그럼에도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 설비를 바꾸는 등 구체적이고 기술적인 조치가 아니라 인력·예산 확보 및 유해·위험요인 개선 절차 마련·점검, 매뉴얼 작성 등 관리적 조치를 중요시 여기므로 사업주가 혼자서 다 챙길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안전 전문인력을 채용하려 해도 전문인력들은 중소기업을 기피한다. 또 인건비 부담도 만만치 않고, 외부 컨설팅조차 비용이 수천만원에 달한다. 50인 미만 사업장이라고 해서 중대재해 예방에 손을 놓고 있겠다는 게 아니라 최소한 사업주가 노력하면 준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 다음 법을 적용해달라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시행이 유예되면 사업주가 안전 관리를 소홀히 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산업안전보건법상 중대재해 발생 시 처벌을 피하기 어렵고, 특히 근로자 사망 시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을 정도로 처벌 강도가 높다. 그럼에도 소규모 사업장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까지 무리하게 적용하는 것은 중대재해 예방이라는 당초 입법 취지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유예기간을 최소 2년 이상 연장해 충분히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산재 예방을 위한 정부 지원을 대폭 확대해 중소기업도 안전 확보에 나설 수 있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안타깝게도 지난 22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계류 중인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 법안이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하루속히 여야가 뜻을 모아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 주기를 바란다.

    노현태(중소기업중앙회 경남중소기업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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