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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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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칼럼] 비사용 증후군

김양수 (희연재활병원 병원장·재활의학과 전문의)

  • 기사입력 : 2023-10-23 08: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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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주과학 다큐멘터리를 보면 우주로 나가 무중력 공간에서 장기간 임무를 수행하고 다시 지구로 귀환한 우주 비행사들이 들것에 실려 이동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이처럼 중력이 없는 경우 중력에 저항하는 근육들의 위축으로 회복에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다. 우주 비행사는 일반인보다 매우 뛰어난 신체 능력을 갖춘 사람들임에도 근 위축을 완전히 예방하기는 어렵다.

    건강한 사람도 어느 순간 질병으로 인해 침상 생활을 하는 경우 근력은 하루에 2%, 1주일이면 약 10~15%가 감소한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고령의 환자는 한 달간 침상 생활을 하게 되면 스스로 걷지 못하는 경우가 매우 흔하다. 스스로 걷지 못하게 되면 이동의 제한뿐만 아니라 심폐 기능의 저하, 관절의 구축, 욕창 등의 문제도 동반되기 때문에 결국 수명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이처럼 급성 질환이나 수술로 인해 신체적 능력이 떨어져 보행이나 일상생활이 어려워진 경우를 비사용 증후군(disuse syndrome)이라고 한다. 비사용 증후군의 원인 질환은 매우 다양하다. 중증 코로나19로 장기간의 입원 치료를 받은 환자부터 폐렴, 요로감염 등의 감염성 질환, 암으로 인한 수술이나 항암치료 등으로 침상에서 오랜 기간 생활한 환자들까지 다양한 질환들이 원인이 될 수 있다. 비사용 증후군에 이환된 환자들을 적절히 치료하지 않는 경우 남은 삶 동안 걷지 못하고 휠체어나 침상 생활을 지속해서 이어 나가게 될 수도 있으며 치료의 시작이 늦으면 늦을수록 그 확률은 더 높아진다. 또한 원인 질환이 완치되었으나 비사용 증후군에 대한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 근력 약화로 인해 이후 낙상의 위험이 커지게 되고 특히 골다공증 등으로 인해 뼈가 약해져 있는 경우 골절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러한 비사용 증후군 환자는 뇌졸중이나 척수손상 등의 중추신경계 손상 환자보다 재활치료를 제대로 받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장기간의 침상 생활로 보행이 어려워진 환자들이 집으로 퇴원해서도 걷기와 일상생활에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상태로 살아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회복기 재활의료기관 제도가 생기면서 보건복지부로부터 회복기 재활의료기관으로 지정받은 병원에서는 비사용 증후군 환자로 진단되면 뇌졸중이나 척수손상 환자와 동일한 수준의 재활치료를 건강보험으로 제공받을 수 있다.

    회복기 재활의료기관에서 비사용 증후군 환자는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와 1:1로 하루 최대 4시간까지 치료가 가능하며 환자의 약해진 근육의 강화, 앉고 서고 걷는 동작의 재교육, 균형 훈련, 나아가 심폐기능의 회복을 위한 치료 등을 받게 된다. 특히 중요한 것은 영양분의 적절한 섭취로서 위축된 근육을 회복시키기 위한 영양 관리가 이루어지게 된다. 또한 회복기 재활의료기관에서 집중 재활치료를 받고 퇴원한 환자는 집에서도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는 방문 재활서비스가 제공되며 치료나 돌봄을 지역 사회에서도 연계할 수 있도록 지원이 가능하다.

    비사용 증후군 환자를 충분한 재활치료로 가정과 사회로 복귀시키면 환자와 그 가족은 물론 지역사회에 공헌할 수 있어 회복기 재활 의료기관의 의료진들도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

    김양수 (희연재활병원 병원장·재활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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