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5월 02일 (목)
전체메뉴

[기고] 문득 낯선 길에서(몽골의료봉사 동행기)- 김차영(김해시 인재육성사업소장)

  • 기사입력 : 2023-09-24 19:32:19
  •   

  • 요즘 MZ세대들 사이에선 ‘몽골 여행’이 핫하다고 한다. 소위 잘나가는 유튜버나 인플루언서들이 관광객에게 드문 곳들을 소개하고, 기존 여행지에 식상함을 느낀 MZ세대들이 그곳들을 찾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나의 몽골행은 조금 다른 결로 진행이 됐는데, 그 시작은 홍태용 김해시장님의 의료봉사 기록인 ‘다시, 낯선 길에서’를 접하고 나서부터였다.

    그러면서 문득 ‘나도 의료봉사에 동참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무작정 (사)열린의사회의 문을 두드렸다. 열린의사회는 이름처럼 모두에게 열린 조직이었다. 자원봉사자 역시 의료진과 다르지 않다고 격려해 주었고, 그렇게 나와 내 아들은 ‘열린의사회 몽골 어믄고비 아이막 의료봉사단’의 일원이 됐다.

    아침 8시에 인천을 출발한 비행기는 오후 1시 칭기즈칸 공항에 도착했고, 고속도로 600㎞를 달린 후 시작된 비포장도로는 몽골의 일몰 시각인 밤 9시가 되어서도 끝없이 펼쳐졌고, 숙소에 도착한 시각은 다음 날 0시 30분께. 무려 11시간을 달린 셈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평원을 지나 어느 마을 한 자락에 자리한 불간솜 초등학교 기숙사에 여장을 풀고 다음날 드디어 의료 봉사가 시작됐다. 나는 한의과를, 아들은 이비인후과를 배정받았다. 우리의 역할은 의료진이 원활하게 진료를 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었다.

    첫날부터 넘쳐나는 환자들로 진료소가 북적거린다. 평소 위생 관리가 되지 않아 상태가 심각한 산부인과 환자들이 많았고 제일 인기짱 진료과목은 부항, 뜸, 침을 놓는 한방과 수액주사였으며 3일 내내 찾은 손님도 많았다. 특히 치과의사 선생님의 노동수준은 거의 ‘극한직업’을 연상케 했다. 진료소가 문을 열기 전부터 대기줄이 만들어졌고, 오후 6시 30분 진료 마감 시간이 되어서도 대기줄이 줄지 않았다. 하루 약 500명의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마을 전체가 축제장이 된 듯 들썩이고 있었다. 열린의사회가 몽골에 있는 분명한 이유였다.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의료봉사를 보다 감사하게 생각하게 된 것은 석양이 드리운 후 펼쳐지는 환상적인 은하수 별구름 덕분이었다. 말문이 막히다라는 표현은 이럴 때 하는 것이리라. 은하수가 펼쳐진 별의 바다에서는 항해 중 누구 하나 입을 여는 이가 없었다. 소름 돋는 감동 그 자체였다. 의료봉사에서 보람을 찾고, 은하수 밑에서 감동을 느낄 수 있었으니 이보다 더 좋은 휴가가 있을까?

    출발 전 여행후기 여럿을 보고서는 ‘초원’과 ‘별들의 합창’에 대한 기대감은 MZ세대들의 막연한 감성으로 치부했었다. 하지만 광활한 초원의 푸른 바람을 직접 맞아보면서 ‘가슴이 한없이 웅장해지는’ 느낌을 받았고, 끝없이 펼쳐진 은하수와 쏟아질 듯한 별들의 합창을 보고서는 어릴적 여름밤 고향집 앞마당에 엄마 무릎을 베고 누워 바라보던 밤하늘이 생각났다. 문득 눈물이 났다. 그리고 내 옆에는 아들이 있었다. 행복한 웃음이 별들로 반짝였다. 문명세계로 돌아온 나는 내년쯤 바오밥나무가 어른거리는 ‘마다가스카르 의료 봉사’를 설레며 기다린다.

    김차영(김해시 인재육성사업소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