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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창원학연구센터가 나아가야 할 길- 정기식(창원시정연구원 경영지원실장)

  • 기사입력 : 2020-04-26 20: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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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기식 창원시정연구원 경영지원실장

    상전벽해(桑田碧海)의 도시, 산업화시대를 지나면서 창원시를 일컫는 말이다. 짧은 기간에 엄청난 외형적 변화가 있었다는 의미다. 1960년대 후반 국가차원에서 산업구조 개편에 대한 인식이 대두하면서 국내 대기업 중심의 중화학 공업단지로 마산시 인근 지역을 기계공단으로 선택하였다. 유신독재 시기에 정부는 적절한 보상체계도 없이 공단과 신도시를 조성하자 일부 주민들은 토지수용과 주거이전이라는 억울하고 원통한 사연들을 가슴에 담았다.

    마산은 1899년 개항과 함께 일본인이 이주하면서 신도시를 형성하였고, 1905년 철도를 통해서 내륙과 육로로 연결되자 교통의 요충지로 떠올랐다. 이후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일본인의 마산포 토지점유와 해안의 대대적인 매립이 있었다. 해방과 전쟁이후 일본에서 돌아온 귀환동포와 피난민으로 마산은 어시장을 중심으로 사람들로 북적였다. 산업화와 민주화시대를 거치면서 경제개발계획 거점도시로 성장하여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하였고 전국 7대 도시로 우뚝 섰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도시정체 및 쇠퇴기를 거친다.

    진해(鎭海), 바다를 진압하겠다는 이름으로 일본의 아시아 패권에 대한 야망이 서려있는 도시다. 일제 강점기 원주민이 살던 곳은 일본군부의 강제력으로 조선인들이 쫓겨나고 졸지에 삶의 터전을 잃은 자는 신도시조성과정에 필요한 노동력 공급을 위해 멀지도 않은 경화동에 강제이주 당했다. 빼앗은 자와 빼앗긴 자의 도시였다.

    10년 전 이 세 도시는 한 몸이 되었다. 통합 후 이듬해를 제외하고 매년 수천 명씩 9년째 인구가 감소하여 현재 105만 명이 채 되지 못한다. 최근 수도권을 제외한 도시와 지역은 저출산·고령화로 쇠락과 축소의 위기에 처해 있다.

    이러한 문제는 지역을 넘어 국가적 위기로 발전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그 방법은 지역에 대한 이해와 탐구, 성찰을 통해 가능할 것이다. 손자병법 모공편에 지피지기면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 하지 않았는가? 지역학은 일정한 지역의 지리나 역사, 문화 등을 종합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다. 다시 말해 지역학은 특정지역에 대한 총체적이고 객관적인 이해를 통한 지속가능한 공존을 모색한다. “지속 가능한 공존”을 모색한다는 것은 지역학 연구에 있어서 가장 궁극적인 목적이며, 지역학의 존재이유다.

    지난 2016년 7월 1일 창원시는 문화예술특별시를 선포하면서 추진전략의 하나로 정신문화 창달을 위한 창원학을 정립하겠다고 밝혔다. 실천과제로 창원 정신문화확립을 위한 인문학 연구지원, 정신문화통합을 위한 인문학 토론회 개최, 고전도서 보급 및 인문학 저술출판 사업지원 등을 설정하였으나 그 추진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 19’의 광풍 속에서 지난 3월 27일 창원시정연구원은 이사회를 통해 부설기구로 ‘창원학연구센터’ 설립을 승인하였다. 예산과 전문 인력도 아직 제대로 갖추지 못했지만 시작이 반이라는 마음으로 출범한다. 하고 싶은 일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많다. 70년대 창원공단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들의 실태와 그 결말을 기록하고 싶다. 더 과거로 올라가 일제강점기 식민통치에 비판적인 역사인식과 창원지역의 전체 역사상을 구성하는데도 관심이 있다. 나아가 지역 근·현대사 아카이브 구축과 콘텐츠 발굴의 기초자료가 되는 문헌자료를 한 데 모으는 작업도 필요하다. ‘창원학연구센터’는 과거와 현재를 조망하는 창원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문화·역사·예술을 통하여 지역민들의 삶을 이해하고, 창원학 아카이브를 구축할 것이다.

    창원시는 2020년 7월 1일 ‘창원비전 2030’ 선포식을 준비하고 있다. 통합 10년을 맞이하여 ‘창원학연구센터’는 창원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시민들을 통합하여 ‘경계 없는 하나의 도시 창원’으로 나아가는데 기여하며, 지역의 작은 문화를 존중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할 것이다.

    정기식(창원시정연구원 경영지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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