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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온라인 수업과 자기 주도적 학습- 김성열(한국교육학회장 경남대 교수)

  • 기사입력 : 2020-04-21 20: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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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9일부터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3학년을 대상으로 부분적으로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을 한데 이어 순차적인 개학을 이어가고 있다. 이미 우리 사회가 디지털 시대에 접어든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우리가 가보지 않은 길이여서 시행착오도 없지 않다. 온라인 강의에서는 자기 주도적 학습이 중요하다. 학생들 스스로 교사들의 개입 없이 학습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기 주도적 학습은 학습자가 자율적으로 학습 목표를 정하고, 능동적으로 공부하는 것이다. 이는 평상시에도 학습 성과를 높일 수 있는 교수·학습 방안으로 교사들에게 받아들여진다. 심지어 어떤 교사들은 자기 주도적 학습을 실시하지 않는 것을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하기도 한다.

    그러나 모든 학생과 교과에 적용되는 최선의 유일한 교수·학습방법은 없다는 게 지금까지 축적된 세계 여러 나라의 연구결과이다. 교과의 성격, 학습자의 특성 등에 따라 적합한 교수·학습방법이 다르다는 것이다. 특정 용어가 역사를 가진다는 점에서 보면, 우리나라에서 자기 주도적 학습의 기원은 1995년 문민정부의 교육개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당시 교육개혁론자들은 교실수업에서 주변으로 밀려났던 학습자를 수업의 중심에 놓고, 존중하기 위하여 원래 성인 학습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던 자기 주도적 학습이라는 개념을 교실학습에 도입하였다. 그들은 교실 수업에 자기 주도적 학습방법을 도입하면, 학생들의 학습 성과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였다.

    자기 주도적 학습은 교사 중심의 수업과 대비하여 1990년대 후반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열린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크게 확산된 적이 있다. 그러나 기대만큼 학습 성과가 높지 않다는 비판에서 학교현장에서 사라지는 듯하다가 2010년경부터 혁신학교를 중심으로 다시 확신하기 시작하였다. 일부 학교현장에서는 자기 주도적 학습을 최선의 교수·학습방법으로 받아들여 실천하고 있지만, 학생들의 활동을 증대하고 있을 뿐 학생들의 성적을 높이는 데는 성공하지 못한다고 비판받고 있다. 학생들이 수행한 활동들이 배워야 할 내용과 관련성이 높지 않거나, 학습과제의 내용보다 제출 형식에 더 신경을 쓰고, 교사들의 지도가 없는 경우가 있고, 학습 결과나 과제 수행에 대한 피드백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교사들이 자기 주도적 학습을 실천하면서 이전보다 학생들이 학습활동에 참여가 늘어나고 교실의 수업 분위기가 활발해진 것은 틀림없는 듯하다.

    자기 주도적 학습이 진정으로 교육의 성과를 높이는 교수방법이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전제되어야 한다. 우선,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동기를 부여하여 잘하고 싶다는 마음과 잘해야 한다는 마음이 생기게 해야 한다. 명확한 목표가 공부를 계속하게 만든다. 다음으로, 자기 주도적 학습이라고 할지라도 교사가 적절하게 개입할 수 있어야 한다. 학생들이 마음대로 하고 싶은 것을 하게 내버려 두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자신의 학습준비도와 수준 등을 고려하여 학습을 해 나가게 해야 한다.

    자기 주도적 학습은 자기 주도적 학습능력이 높거나 가정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학생에게는 도움이 되지만, 그렇지 못한 학생에게는 학습격차를 심화시킬 수 있다. 여러 연구들은 교사들이 학습자들의 특성을 고려하여 학습에 적절하게 개입할 때 불리한 처지에 있는 아이들의 학습 격차가 축소된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지금 실시하는 교사와의 비대면 온라인 수업은 코로나19로 인한 학교 교육의 공백을 기술적 문제 없이 보완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러다보니 학생 간 학습격차에는 신경 쓸 여력이 없을 수도 있다. 이제 도교육청과 학교·교사는 삼위일체가 되어 온라인 수업과정에서 학생들의 학습 환경과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의 차이로 생길 수 있는 학생들 간 학습격차를 줄이는 방안을 강구하고 실천해야 하는 새로운 과제를 떠안고 있다.

    김성열(한국교육학회장 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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