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5 청춘블루스] 청춘 9호, 진주 명물 꿈꾸는 푸드트럭 '더달아' 남자들
- 기사입력 : 2015-08-25 14:3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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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 전, 냉장고가 없던 시절을 상상해봅니다. 골목 끝에서 '아이스께~끼' 목소리가 들리면 동네 꼬마들이 앞다퉈 달려가죠. 아저씨가 땀을 훔치며 아이스박스에서 시원하고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꺼냅니다. 혀끝에 차가움이 닿는 순간, 엄지발가락 끝에 힘이 저절로 들어간 꼬마들의 깔깔대는 웃음소리도 떠올려 봅니다.
아마도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 그 꼬마들은 꼬마들의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됐겠지요. 더 이상 '아이스께끼'를 위해 숨차게 달리기를 하지도 않을테고요. 그러나 아직도 그들의 마음 속 '아이스께끼 아저씨'는 설레는 존재로 남아있을거라 생각됩니다. 그것이 바로 추억이겠지요.
진주의 아이스크림 푸드트럭, '더달아'의 주인장 김기현(왼쪽)·신용진(오른쪽)씨
저희가 누구냐고요? 진주의 아이스크림 푸드트럭, '더달아'의 김기현 신용진 입니다. 트럭의 공동대표이자 20년지기인 우리는 서른 둘의 경상도 사나이들입니다.
▲진주의 명물을 꿈꾸다
'더달아'는 진주 최초의 아이스크림 푸드트럭입니다. 디저트 푸드트럭의 메뉴를 고민하다 우리만의 무기를 가져야 한다는 생각에 아이스크림을 선택했죠. 특별해서 좋아하는 분들도 있고, 낯설어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장사 초기에는 하루종일 아이스크림 3개만 판매(그것도 지인에게)한 적도 있었고, 가격이 비싸다는 항의(?)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5개월이 지난 지금은 하루 200~300개씩 판매하고 있으니, 그 전략이 나름 통했던 것 같기도 하네요.
장사를 시작한 계기는 용진이의 제안이었습니다. 미국 라스베가스 대학에서 음식(food&beverage)을 전공한 용진이는 졸업 후 레스토랑에서 근무를 하던 중 영화 '아메리칸 쉐프'를 보고 영감을 받아 디저트 푸드트럭을 하고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같은 영화를 봤던 4년차 직장인 기현이도 막연하지만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죠.
진주에서 아이스크림 푸드트럭을 운영하는 김기현(왼쪽), 신용진씨가 얘기를 나누고 있다./성승건 기자/
우선 금액대에 맞는 트럭과 기기를 구했습니다. 넉넉치 않은 자금에 트럭은 중고를 사서 일일히 손으로 꾸몄습니다. 쉽지 않았죠. 그런데 더 큰 어려움은 만족스러운 맛과 디자인 만들기였습니다. 평범한 아이스크림이 아닌 '건강하고 예쁘고 맛있는', 이 세가지 조건을 충족시키는 우리만의 아이스크림을 만드는데 1년이 꼬박 걸렸습니다.
다크 뉴욕 오레오 아이스크림./성승건 기자/
젊은층을 겨냥한 SNS 홍보도 열심히 했죠. 인스타그램에 공식 계정을 만들어 아이스크림의 비쥬얼 중심으로 홍보를 했죠.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과정과 고민들을 담으며 소통했습니다. 또 친구를 맺거나 팔로우 해주는 손님들에게는 서비스를 주는 방식으로 저희를 알렸습니다.
그 덕분인지 이제 진주에서는 저희를 알아봐주는 분들이 꽤 많이 계십니다. 진주 뿐만 아니라 목포나 춘천에서도 인스타를 보고 찾아오는 손님들도 계셨어요.
진주에서 아이스크림 푸드트럭을 운영하는 김기현, 신용진(왼쪽)씨가 영업준비를 마치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성승건 기자/
▲기다리세요, 음식점이 찾아갑니다.
저희가 푸드트럭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기동성입니다. 장사는 장소 선정이 가장 큰 고민이잖아요. 그런데 저희는 장사가 잘 되는 곳을 찾아서 다닐 수가 있죠. 현재 운영방식은 단골고객이 많은 곳을 요일별로 정해서 SNS 공지후 찾아가는데요, 그날 여기서 장사가 안되면 장소를 옮기면 되기 때문에 늘 적극적인 마음으로 일 할 수가 있어요.
처음에는 푸드트럭을 펴고 접는 일이 30분씩 걸려서 힘들기도 했는데, 숙달이 돼서 그것도 10분만에 가능해졌거든요.
심슨네 크리스마스 아이스크림./성승건 기자/
푸드트럭은 장점도 있지만 큰 단점도 있습니다. 대부분 장소가 불법이라 단속에 쫓긴다는 겁니다. 푸드트럭 지원법이 나오긴 했다지만 무용지물이에요. 그래서 단속을 나오거나 민원이 들어오면 장사를 하다가 접어야 하는 경우가 많이 생기기도 해요.
진주에서 아이스크림 푸드트럭을 운영하는 김기현씨가 주문 받은 아이스크림을 만들고 있다./성승건 기자/
▲경남의 디저트 문화를 바꾸고 싶어요.
저희는 '더달아'를 통해 경남의 푸드트럭 디저트 문화를 바꾸고 싶어요. 한국, 특히 저희가 사는 진주 등 지역에서는 푸드트럭에 대해 불법 노점이란 이미지가 강해요. 사실상 어딜가든 찬밥 신세죠. 그런데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그렇지 않아요.
질좋고 다양한 음식들이 푸드트럭에서 만들어지고, 사람들에게 쉽고 편하게 찾아가죠. 장소만 다를 뿐 레스토랑과 별반 다를게 없는 음식 판매 문화의 하나죠. 저희는 한국에도 그런 문화가 빨리 정착되길 바라요.
진주시 대안동에서 영업준비를 마친 김기현, 신용진씨의 아이스크림 푸드트럭./성승건 기자/
그런 문화를 만드는 데 '더달아'가 선두주자가 되고 싶다는 욕심도 있어요. 지금은 더달아에서 아이스크림만 판매하지만 조만간 피자와 타코를 판매할 계획도 추진 중이에요. 그것이 성공하면 또 다른 디저트를 개발해서 이색적인 푸드트럭 브랜드를 만들어 가고 싶어요.
먼 미래에는 저희 이름을 단 가게를 통해 돈을 많이 벌고 창업센터를 지어서, 재능있는 청년들이 날개를 펼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있어요.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살아서 행복해요
요즘 사는게 참 재미있어요. 근무 요건은 엉망이지만요.(웃음) 쉬는날이 정해져 있지도 않고(비오는날만 쉬어요), 퇴근시간도 따로 없고(장사빨에 따라 새벽 2~3시까지 심야영업을 하죠), 서로 자주 다투기도 하지만 행복해요. 쳇바퀴마냥 돌아가는 회사 생활과는 스트레스 차원이 틀려요. 힘들어도 사람들을 만나면 또 숨겨진 힘이 솟죠.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은 무엇보다 큰 원동력인 것 같아요.
김기현, 신용진씨가 운영중인 아이스크림 푸드트럭에 부착된 홍보 문구. 요일별로 영업장소를 SNS로 공지한다./성승건 기자/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조고운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