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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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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퇴한 마산상권, 문화예술로 되살린다 (3) 일본 창조도시를 찾아서 (상)가나자와

‘마을 광장’ 같은 예술촌
‘열린 공원’ 같은 미술관

  • 기사입력 : 2013-10-25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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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폐업한 방적공장을 개조해 새로운 문화예술공간으로 창조한 가나자와 시민예술촌.
    21세기 미술관을 찾은 시민들이 레안드로 에를리치(Leandro Erlich) 작품 ‘수영장’을 관람하고 있다.
    가나자와시가 오래된 민가를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매입·개조한 창작의 숲.
     


    시민예술촌

    연극·음악·무용 등 연습·제작·발표에 활용
    24시간 개방으로 시민 언제든지 이용 가능

     
    21세기미술관

    건물 전체 통유리로 되어 있어 내부 다 보여
    교육·창조·엔터테인먼트 등 지역 광장 역할

     
    창작의 숲

    염색·직조·실크스크린·목판 4개 공방 운영
    콘서트·학회·연극 등 활용 다목적홀도 갖춰


    일본 이시카와현의 현청소재지로 인구 약 45만 명의 가나자와시는 운좋게 제2차 세계대전의 전화를 피할 수 있었기 때문에 지금도 옛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다. 가나자와시는 1968년 일본 지자체 중 처음으로 ‘가나자와시 전통환경보존조례’를 제정하는 등 독자적으로 역사문화유산을 보존, 정비하거나 경관을 보존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가나자와시는 특히 ‘시민예술촌’, ‘21세기 미술관’, ‘창작의 숲’ 등 창조도시로서 문화창조 시설을 갖추고 있다. 유네스코는 2009년 전통공예 기술을 활용해 현재의 기술과 연결시키려는 노력과 전와공예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기 위한 가나자와시의 다양한 지원체계 등을 높게 평가해 ‘유네스코 창조도시 네트워크’ 중 ‘크래프트 & 포크아트 분야’에서 일본에서는 처음으로 등록했다. 문화예술을 통한 지자체 경제활성화 성공 첫 해외 모델로 가나자와시의 문화창조시설을 소개한다.

    ◆가나자와 시민예술촌= 문화의 창조를 짊어지고 갈 젊은이들은 물론 시민이 언제라도 부담없이 연극·음악·무용·미술활동 등의 연습·제작·연수 및 성과발표 등에 이용할 수 있는 ‘마을 광장’과 같은 곳이다.

    지역문화와 활기, 새로운 문화창조의 거점을 활동의 기본 방침으로 정한 가나자와 시민예술촌은 폐업한 방적공장 터를 시민들의 공간으로 새롭게 개편해 1996년 9월 개관했다.

    시설은 밝고 개방적이며 편안한 공간이고 넓은 바깥 정원에서는 아이들이 작품을 만지며 놀 수 있다.

    낮에 일하는 사람들도 밤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연중무휴 24시간 개방을 원칙으로 운영되고 있다.

    4동의 창고는 드라마공방, 뮤직 공방, 에코라이프 공방, 아트 공방, 오픈스페이스 등으로 구성, 시민들이 연습뿐만아니라 공연도 가능하도록 개조했다. 공방 이용료는 6시간에 1050엔(1만1340원)으로 저렴하다.

    드라마 공방은 1995년 결성된 가나자와 연극인 협회에서 결집한 21개의 아마추어극단이 자주적으로 운용 규칙을 설정했다. 1996년 10월부터 문학강좌와 향토극단의 합동공연 ‘한여름밤의 꿈’을 시작으로 약 6개월간 개최돼 기간 중에 25개 단체가 68개의 공연을 함으로써 1만4057명이 무대에 올랐고, 2만8000여 명의 시민이 관람했다.

    아트공방에서는 지역예술가의 작품전시회에 2만4000여 명이 관람했다. 또 뮤직공방도 1만5000명 이상이 사용했고, 에코라이프 공방은 재활용 축제 등을 개최해 1만8000여 명이 찾고 있다.

    시민예술촌은 개관후 6개월간 10만 명의 시민이 참가한 이후 5년간 이용자 수는 100만 명을 돌파했다. 2013년 기준 지난 10년간 240만 명이 이곳을 이용했다.

    후쇼 유타카 가나자와 시민예술촌 촌장은 “방직공장이 폐쇄되자 시민들의 요구로 시가 부지를 매입해 예술촌을 조성했다”며 “‘시민 디렉터’들이 시민의 의견을 수렴해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고 말했다.

    ◆21세기 미술관= 열린 공원과 같은 미술관이다. ‘새로운 문화창조’와 ‘새로운 지역진흥의 창출’을 목적으로 2004년 개관했다. 가즈요와 니시자와 류에(건축사무소 SANAA)가 설계한 21세기 미술관은 건물 전체가 120개의 통유리로 되어 있어 외부에서도 시민들이 쉽게 안을 들여다볼 수 있으며, 동서남북 사방에 출구가 있어 쉽게 드나들 수 있도록 건축됐다.

    가나자와 시청 옆의 이 미술관은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여건이 좋은 곳으로 이전하면서 시민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이 없어지자 다시 모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시에서 부지 구입비 70억 엔과 건축비 130억 엔을 들여 조성했다.

    이 미술관은 교육, 창조, 엔터테인먼트, 커뮤니케이션 장 등의 새로운 ‘지역 광장’으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다. 또 지역 전통을 미래에 전하고 세계를 향한 열린 미술관, 어린이와 함께 성장하는 미술관을 지향하고 있다.

    애니시 카푸어, 제임스 터렐, 얀 파브로, 레안드로 에를리치 등의 작품을 소장한 이 미술관은 연간 약 150만 명이 찾고 있다. 특히 아르헨티나 작가 레안드로 에를리치(Leandro Erlich)의 ‘수영장’은 이 미술관의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이다.

    오치아이 히로아키 미술관 홍보실장은 “처음부터 미술관을 만들려고 한 것은 아니다”며 “무엇을 만들까 논의를 한 결과 도심과 공예도시라는 특성상 자연스럽게 ‘미술관’으로 결정났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의 전통문화를 그대로 발전시키는 것이 21세기 문화는 아니다”며 “전통문화를 계승하면서 시대적인 요구를 수용해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자는 것이 이 미술관의 조성 취지이다”고 덧붙였다.

    ◆창작의 숲= 가나자와 유와큐 창작의 숲은 메이지·다이쇼 시대의 건축물 등 오래된 민가, 민간박물관 시설을 보존·활용하기 위해 시가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매입·개조해 2004년 개관했다.

    시는 이곳이 민간에서 사용하는 문건과 도구, 기계를 전시했던 박물관의 정신과 물건을 만드는 장인정신을 계승해서 관련 시설물로 만들기 위해 시설 공모를 했다.

    창작의 숲에는 염색공방, 직조 공방(천 짜는 곳), 실크스크린 공방, 목판 공방 등 4개의 공방과 다목적 시설, 숙박동이 있다.

    시설은 프로들이 사용해도 되는 곳으로, 프로들도 오지만 평범한 시민들이 하루 체험 코스로 많이 이용하고 있다. 숙박동은 2~3주간 쓸 수 있는데 6명 방이 2100엔(2만2680원) 정도로 싼 편이다.

    공방 외에 교류 연수동이라는 다목적 홀이 있고, 세미나와 콘서트, 학회, 연극, 발표회 등도 하고, 아주 이색적인 것으로는 코스프레(코스튬 플레이·costume play), 큐브 대회도 열리고 있다.

    창작의 숲 구로사와 신 소장은 “당시 이 공간을 지을 때는 이렇게까지 많이 사용할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며 “문화재가 많아 화기사용을 제한하고 있지만 운영편리를 위해 규제를 완화하는 등 고객의 요구를 수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열린공간에서 전통문화를 계승·발전시키는데서 나아가 현대미술로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려는 가나자와시의 노력이 가나자와를 일본 대표 창조도시 반열에 올려놓았다.

    글·사진= 김진호 기자 kimjh@knnews.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으로 취재했습니다.





    ■인터뷰/도기시 유타카 가나자와시 문화정책과장

    “문화는 도시 활력의 원천”


    “문화에 투자하지 않는 도시는 미래가 없습니다. 문화가 없는 도시는 곧 죽은 도시라는 철학을 계승하고 있습니다.”

    가나자와시 도기시 유타카 문화정책과장은 “문화는 도시의 아름다움과 활력의 원천이다”며 “문화시설이나 문화가 특별한 것이 아니라 시민생활 전반에 일상생활로 접근하는 것, 항상 주변에 가까이 있는 것이 문화”라고 밝혔다.

    도기시 과장은 “시민예술촌은 24시간 연중 무휴로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고, 21세기 미술관도 어느 쪽으로 들어갈 수 있는 열린 공간이기 때문에 ‘문화가 곧 생활이다’는 시의 문화정책이 주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나자와의 시민예술촌과 21세기 미술관, 창작의 숲 등 수입이 연간 3억 엔으로 비교적 적은 편이지만 수입액을 늘리려 하지 않는다”며 “수입을 올리기보다는 더 많은 사람들이 오도록 하는 것이 시의 문화정책 방향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나자와가 창조도시로 인정받고 있는 것은 1990년부터 20년간 시를 이끈 야마테 타모츠 시장과 같은 선구자가 있었기 때문이다”며 “딱딱한 공무원의 머리로는 해결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지역 대학생 모니터랑 전문가 위원회를 활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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