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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30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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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마라톤, 전쟁에서 태어나다- 강호증(경남대학교 군사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24-04-01 19: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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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나리와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거리마다 뛰는 사람을 자주 만나게 된다. 지난달 진주에서 벚꽃맞이 남강 마라톤대회가 있었고, 마산에서도 3·15기념 마라톤대회가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2024년 국내에서만 218개 마라톤대회가 개최된다. 이처럼 생활체육으로서 또는 올림픽의 대미를 장식하는 마라톤이 전쟁에서 기원되었다는 사실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지금으로부터 2500여 년 전인 기원전 490년에 페르시아는 그리스 아테네를 점령하기 위해 대군을 파견하게 된다. 아테네는 페르시아와의 전쟁을 결정하고 당시 군사력이 가장 강력한 스파르타에게 지원을 요청했다. ‘다리가 건강한 자’란 뜻을 가진 페이디피에스는 스파르타까지 240㎞가 넘는 거리를 2일 만에 주파했으니 1일 100㎞ 이상을 달렸던 것이다. 하지만 스파르타가 축제를 핑계로 전쟁에 참가하지 않자, 아테네는 플라타이아군과 연합해 마라톤 평원에서 페르시아군과 자웅을 겨루게 된다.

    마라톤의 기원은 페르시아전쟁 간 아테네가 스파르타의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 전령을 파견한 것이 헤로도토스의 ‘역사’에 기록돼 있다. 마라톤 전쟁의 승전보를 전하고 사망한 것은 근대 올림픽 때 각색된 것이다. 1896년 제1회 올림픽이 그리스 아테네에서 개최되어 마라톤 경기가 올림픽 종목으로 정식 채택됐다. 마라톤 경기는 아테네가 페르시아를 상대로 승리한 마라톤 평원에서 출발했으며 그리스인이 우승하면서 마라톤 전쟁의 의미를 더 각인시켰다.

    보스턴 마라톤대회는 세계 4대 마라톤대회의 하나로 제1회 아테네 올림픽을 기념하고자 이듬해인 1897년부터 미국 보스턴에서 매년 4월 셋째 주 월요일에 열리고 있다. 마라톤을 좋아하는 초등학교 친구 부부도 환갑기념으로 이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출국을 준비하고 있다. 이처럼 마라톤이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활성화되고 있는 것이다. 전쟁에서 태어난 마라톤! 마라톤 전쟁에서 승리한 아테네는 이후 민주정치와 문화의 최전성기를 맞이하게 되었으며, 로마와 유럽 문명을 태동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 전쟁이 인류의 역사를 바꾸듯, 전쟁에서 탄생한 마라톤이 우리 일상을 변화시키고 있다.

    강호증(경남대학교 군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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