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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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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발언대] 우리 지역에 어떤 극단이 있을까- 어태희(문화체육부)

  • 기사입력 : 2024-03-04 19: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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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극을 처음 본 것은 초등학생 때다. 엄마의 손에 이끌려 지역 소극장으로 갔고 마침 맨 앞자리에서 보게 됐다. 연기를 펼치는 배우와 너무 가까웠다. 목에 선 핏대도, 발성을 위해 들이마시는 숨소리도, 거세게 움직일 때 펄럭이는 먼지마저도 생생하게 보였다.

    그것이 연극의 참맛이었겠다. 그래서인지 얼마 전, 창단 50주년을 맞이해 만난 ‘극단현장’의 고능석 대표가 한 말은 생쌀처럼 되새길수록 구수하고 달다. “같은 극을 몇 번 봐도 그날 배우들의 컨디션과 연출에 따라 다 다르게 느껴지죠. 드라마나 영화와 달리, 연극은 그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이니까요.” 예술 현장을 들여다볼 수 있는 일이 어디 흔할까.

    그리고 지역 극단의 가치는 예술 현장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 그 이상에 있다. 극단 미소의 장종도 연출은 지역 극단의 가치가 ‘지역성’에 있다고 얘기한다. 우리가 볼 수 있는 수많은 문화 콘텐츠들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치우친 반면, 지역 극단이야말로 소외되고 또 소멸되고 있는 우리만의 이야기를 속달거린다. 이런 가치들을 생각해 보자면 내가 사는 지역에 극단이 있다는 것은 복된 일이겠다.

    그러나 지역 극단의 유지에 대해 생각해 보자면 마냥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배고픈 예술가’라 했던가. 어느 예술 분야든 배부른 자는 소수이겠지만 연극은 그 정도가 크다. 그도 그럴 것이 적어도 십수명이 몇 달을 달라붙어 연출, 기획하고 연습해 연기하는 지역 연극의 티켓값이 만원 언저리니 말이다. 모 연극인이 말하길, 사람들은 1인당 3만원짜리 외식은 ‘잘 먹었다’고 하지만 1인당 3만원짜리 연극은 부담을 가진단다. 치솟는 물가에도 연극 티켓값이 몇십년째 제자리인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그렇기에 지역 극단의 존속을 위해 지자체의 지원사업이 필수적이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지역민들의 관심이 뒷받침돼야 한다. ‘극단현장’이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롱런’할 수 있었던 배경에 진주 지역민들의 관심과 후원이 있었던 것처럼 우리 또한 창원에서, 김해에서, 거제에서, 양산에서, 함안에서 우리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극단을 알아봐 줘야 한다.

    우리 지역에 어떤 극단이 있을까, 어떤 공연을 앞두고 있을까. 그것에 대한 호기심이 지역 극단을 일으킬 수 있는 첫발이 될 테다.

    어태희(문화체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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