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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2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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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한계와 변화- 임태군(경남병무청장)

  • 기사입력 : 2024-02-05 19:2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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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춘추전국시대를 종결시키며 중국 최초의 통일국가를 이룬 국가는 진나라이고 인물은 시황제이다. 통일국가로 영원할 것 같았던 진나라는 3대에 이르러 멸망했다.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만리장성, 아방궁, 능묘 축조 등 대규모 토목공사로 인한 재정적 파탄이 큰 원인일 것이다. 왜 진시황은 막강한 군사력으로 북쪽의 흉노족을 토벌하지 않고 만리장성을 축조했을까? ‘망진자호’를 오랑캐의 침범에 의해 만세까지 가야 할 진이 망한다는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었을까?

    1980~1990년대에는 우리나라 거의 모든 이가 일본 소니사의 가전제품을 갖고 싶어했다. 필자도 소니 워크맨을 갖는 것이 크나큰 소망이었지만 당시엔 갖지 못했고, 나중에 구하려고 보니 소니 제품의 인기는 온데간데없고 삼성과 LG의 가전제품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과거의 소니사는 엄청난 기술과 자본으로 세계시장에서 우뚝 선 기업이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변했을까? 과거에 승승장구했던 일본회사들이 몰락의 길을 걸었던 과정을 미루어 짐작건대, 이 회사의 하락세에는 과거의 성공 교본이었던 매뉴얼을 답습하는 고집과 오만이 있었을 것이다.

    얼마 전 청원민원이 하나 들어왔다. 고교 군특성화반에 들어간 학생이 임기제부사관에 지원해 선발됐는데 대학에 합격했으니 군 선발을 취소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임기제부사관 최종합격 후에는 질병 등 부득이한 사유 이외에는 취소불가하다는 규정이 있어 청원을 해결해 주기 어려웠고, 학교 측은 취소가 가능하다는 안내를 해 학생 측이 혼란스러워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병역의무자와 가족, 학교담당자와 행정기관 사이에 감정이 격해지고 다툼이 생겼다. 하지만 우리 직원들이 현 규정상 어려움이 있었음에도 담당학교, 상급부서, 군과 협조를 통해 관련 법령을 재검토하는 등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선발을 취소해 줄 수 있었다. 또 관련 규정을 정비해 동일한 혼란이 생기지 않도록 법령 개정도 이뤄질 전망이다.

    만약 진시황이 만리장성이라는 벽의 한계를 두지 않고 막강한 군사력으로 흉노족을 정벌했더라면, 소니가 매뉴얼에 얽매이지 않고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했더라면 어땠을까.

    임태군(경남병무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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