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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2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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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제3의 공간, 도서관- 홍미선(김해시 장유도서관장)

  • 기사입력 : 2024-01-31 19: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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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이 즐겨 찾는 제3의 공간은 어디인가요?” 상대가 어떤 취향인지 궁금할 때 내가 자주 하는 질문이다. 태생적으로 바꿀 수 없는 주변 배경이나 외모가 아닌 스스로 선택한 부분을 관찰하는 것은 타자를 이해하는 데 유용한 정보가 된다.

    ‘제3공간’은 미국 사회학자 레이 올든버그가 처음 사용한 단어다. 가정을 뜻하는 제1의 공간과 일터를 뜻하는 제2의 공간과 달리, 제3의 공간은 집처럼 편안하게 휴식과 재충전을 할 수 있는 비공식적 공공장소를 일컫는다. 음료값을 지급하고 커피숍에서 공부하거나 가벼운 업무와 모임을 하는 사람이 많다. 카페는 한국인에게 대표적인 제3의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그렇다면 경제력에 상관없이 누구나 언제든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곳은 없을까? 책을 읽고 동아리 활동도 하고 창밖을 바라보며 멍때리기 좋은 곳이면 더 좋겠다. 배움과 쉼이 일어나는 곳. 혼자 집중하거나 때로는 함께 하는 곳. 바로 우리 동네에 있는 공공도서관이다. 이러한 수요에 맞추기 위해 요즘 공공도서관의 공간 구성 추세는 이렇다. ‘정숙(Quiet)’을 강조하던 것은 옛말. 층별로 소음을 단계별로 적용하여 필요에 따라 선택적으로 이용한다. 직원의 시야에 있으면서 언제든지 도움받을 수 있는 오픈 공간과 별도의 프라이빗 공간을 확보한다. 낮은 서가로 개방감을 확보하고 책으로 말 걸기 위한 북큐레이션 코너 운영은 이제 기본요소가 되었다.

    요사이 도서관을 이용하는 장년과 노인층이 늘고 있다. 인구 변화와 더불어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신중년과 은퇴자의 여가·문화생활에 중요한 장소다. 계층의 변화는 도서관 서비스 기획에 영향을 준다. 가속화된 디지털시대에 적응을 돕기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종이신문 물성을 즐기고 천천히 사유하는 즐거움을 놓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이 그 예다.

    장유도서관은 개관한 지 22년 만에 새 단장을 거쳐 3월에 재개관할 예정이다.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서가를 탐색하고 함께 모여 무언가를 작당하는 사람들에게서 뿜어나오는 기운이 도서관을 가득 채우길 바란다. 가정 안전하고 이상적인 공간, 도서관에서 만나자.

    홍미선(김해시 장유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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