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5월 02일 (목)
전체메뉴

[촉석루] 작은 약속, 작은 규칙- 김형헌(남산중학교 교장)

  • 기사입력 : 2024-01-30 19:34:50
  •   

  • 살다 보면 고맙고 좋은 사람을 몰라보기도 하고, 고마운 일을 쉬이 잊어 버리기도 한다. 준 것보다 받은 것이 더 많은데, 받는 것에 익숙한 우리들은 받은 것은 쉬이 잊고 준 것만 기억해 서운한 마음을 안고 살기도 한다.

    고마운 사람에게 미루지 않고 바로바로 ‘고맙다’ 말하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좋아한다’는 말도 아끼지 않고, 피하고 싶은 일은 ‘싫다’ 말하고, 좋은 일은 ‘축하한다’ 하고, 어렵고 힘든 일에 따스한 위로와 격려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은 후회 없이 근사한 삶을 살 수 있는 사람이다.

    함께 살아가는 우리들은 크고 작은 모임을 만들고, 만남을 오래 유지하기 위해서 약속과 규칙을 만든다. 또 그것을 지키려 노력한다.

    얼마 전 공무원으로 정년퇴직을 한 선배가 있다. 자기의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이 결격 없는 공무원으로 연금수령대상자가 된 것이라 한다. 현직에 있을 때 많은 청탁을 거절한 대가가 혹독한 외로움으로 남은 듯하여 서운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들에게 감사의 ‘밥 한 그릇’을 사고 싶다고 했다.

    겨울 주남저수지에 가면 가창오리 떼의 군무를 볼 수 있다. 수만 마리의 오리 떼가 무리 지어 하늘을 빠른 속도로 어지럽게 날지만 부딪혀 떨어지는 녀석이 없다. 실로 놀랍다. 그렇게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는 비결은 ‘옆에 날고 있는 다른 오리와 부딪히지만 않으면 된다’는 것. 참으로 간단명쾌하다.

    우리들은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보이는 곳에서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나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고 있다. 삶을 사는 매 순간이 자잘한 일의 연속이지만 소중하지 않은 일이 없고, 소중하지 않은 시간이 없으며, 만나는 사람마다 소중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만나는 사람마다 정성을 다하며 후회 없는 생활을 하려고 노력하는 우리들에겐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소중한 시간이고,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이 가장 소중한 사람이며, 지금 꿈꾸고 있는 바람이 최고의 꿈이다.

    작은 약속과 작은 규칙을 지키며 지금 내가 있는 이곳이 내 삶의 최고 명소가 되도록 서로의 것을 존중하며 살아가는 우리가 되었으면 한다.

    김형헌(남산중학교 교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