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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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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미디어에 ‘늘’ 접속해 있기- 장민지(경남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24-01-29 20: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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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구하고 가르치는 직업을 가진 나로서는 글을 읽거나 쓰는 것이 일상적인 업무다. 연구 분야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글을 읽고 검토하거나 생각하는 시간이 많고, 그것이 나의 직업과 직접적으로 연관된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강의를 하는 시간을 제외하고 글을 읽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책이나 논문을 읽으면서 종종 표피적으로 단어만을 ‘보고 있다’라는 느낌을 강렬하게 받았다. 심지어 이러한 상황이 여러 번 반복되었다. 초반에는 하루의 컨디션이 나빠서 그런 걸까, 하고 생각했지만 점점 더 집중이 어려워지는 때가 많아졌다.

    이러한 상황은 나에게 위기감을 던져주기 충분했고 결과적으로는 책을 읽는 환경이나 글 쓰는 시간 등을 검토하게 만들었다. 놀랍게도, 나는 책을 읽으면서 스마트폰의 알람을 평균적으로 15분에 한 번씩 확인하고 있었다. 어떤 때는 알람을 확인하고 난 뒤 메시지에 답을 하느라 10분 정도는 더 많은 시간을 허비했고, 스마트폰을 열어 본 김에 다양한 플랫폼에 접속하기도 했다. 그러고 나서 책 앞으로 돌아왔을 때, 나의 뇌는 앞서 읽었던 책의 내용 모두를 머릿속에서 지운 상태였다.

    이러한 일들은 내가 연구를 하고 있을 때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TV나 OTT로 콘텐츠를 이용할 때, 심지어 사람들과 대화하고 있을 때도 종종 나는 스마트폰의 알림과 메시지, 검색창을 확인했고, 이는 습관화되어 있었다. 가끔 내가 대화를 하다가 무슨 말을 하고 있었는지 까먹곤 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 걸까, 하고 생각했던 것이 무색하게 나는 집중하는 법을 점차 잊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지난해 베스트셀러였던 ‘도둑맞은 집중력’부터 ‘셰임 머신’, ‘브레인 포그’ 등에서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는 상황이 바로 ‘늘 미디어에 접속해 있는’ 사람들의 강박에 관한 것이다. 지금 이 칼럼을 읽고 있는 사람들 중 스마트폰을 갖지 않은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그렇다면 이를 하루에 몇 번이나 확인할까. 일상적으로 우리는 미디어에 늘 접속해 있고, 한 번에 여러 플랫폼을 운용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 이는 사실 우리의 환경이 상대적으로 ‘산만’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마트폰이라고 하는 기기는 개인이 미디어에 언제든 접속하고 네트워크 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스마트폰을 신체의 확장으로 생각하고 이를 이용한다. 스마트폰은 우리에게 많은 혜택을 주고 있기도 하지만, 한 번에 하나의 일이 아닌 여러 개의 일을 할 수 있도록 가능성을 제시함으로써 우리에게 더 많은 일을 처리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이러한 환경을 잘만 활용한다면 효율적으로 단기간에 다양한 업무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무언가를 위해 온전히 시간을 쓸 수도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사랑하는 사람과 시간을 보내거나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장에 갔을 때, 기대했던 감독의 영화를 볼 때 등이 그렇다. 대화를 나눌 때 상대방의 눈을 바라보는 일을 언제부턴가 꺼리게 되고, 좋아하는 영화를 (보는 게 아니라) 들으면서 눈으로는 스마트폰의 메시지를 읽고, 공연장에선 바로 앞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뮤지션이 노래를 하고 있는데도 카메라를 통해 그들을 보는 일. 이는 우리에게 더 이상 무례하거나 놀라운 일이 아니다.

    나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가 이용자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해 준다고 믿는 연구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인간의 관습과 의례를 변화시키고, 많은 것들을 ‘망각’하게 만들기도 한다고 생각한다. 가끔 눈앞에 있는 것을 직접 보고, 만지고, 온전히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매개되지 않는 삶’에 대해 고민하고, 너무 익숙해서 잊혀진 것들을 우린 다시 한번 복기해봐야 하지 않을까.

    장민지(경남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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