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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칼럼] 의대 없는 10년 후 창원, 의료 공백 아닌 마비 온다- 최재호(창원상공회의소 회장)

  • 기사입력 : 2024-01-28 19:3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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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전 9시, 진료시간에 맞춰 열이 나는 아이를 업고 병원을 찾은 부모가 손에 쥐는 것은 대기번호 세 자릿수의 번호표다. 응급의료센터의 상황은 더하다. 응급실을 찾은 환자들로 북새통을 이루지만 이들을 돌볼 몇 안 되는 의사들은 몸이 두세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하지만 이러한 의사마저도 있는 병원이 부족해 타 지역으로 응급차를 돌리기 일쑤고, 기차역과 버스 터미널은 짐가방을 들고 의료 상경하는 이들이 끊이지 않는다.

    근본적으로 지역 내에 필요한 의사 수가 턱없이 부족하면서 생겨난 이러한 촌극이 비수도권 유일의 특례시 창원이 가진 의료현장의 모습이다.

    실제 창원을 비롯한 경남의 의사 수 부족을 나타내는 통계자료들은 차고 넘친다. 통계청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경남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1.75명으로 전국 평균인 2.22명에 한참 미치지 못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지역 내 의과대학 입학정원은 10만명당 2.3명에 불과해 전국 평균인 5.9명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무엇보다 비수도권의 인구 100만 이상 도시 중 전문 의료인력 양성기관이 없는 곳은 창원시가 유일하다.

    국내 활동의사 수가 OECD 평균에 70%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 이마저도 수도권에 집중된 현실은 지역 불균형이자 차별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지역의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의 10년 후 창원 의료현장은 불 보듯 뻔하다. 지역 내 의료인력 수급이 적은 데다, 이마저도 타지로 빠져나가려는 상황에서 더욱 심화할 의료인력 부족은 지금보다 더 심각한 의료공백을 낳고, 이는 다시 지역의 정주여건을 떨어뜨려 재차 의료인력의 수급을 어렵게 만드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다. 여기에 가속도가 붙은 고령화로 의료수요는 더욱 가파르게 증가해 지역 의료서비스는 공백이 아닌 마비로 표현해야 할지 모른다.

    지역 내 의료인력을 직접 길러내지 않는 한 의료공백이 정주여건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어낼 수 없다. 특정 집단과 지역 이기주의에 기반한 행정 편의성 등의 논리는 갈수록 커지는 의료공백 속에 신음하는 지역민의 생명권보다 앞설 수는 없을 것이다.

    다행히 정부가 2006년 이후 동결된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히고, 현재 그 실행 방법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안다.

    창원과 같이 의료인력의 공급 확대가 시급한 지역부터 의과대학 설립을 추진해야 한다. 무엇보다 창원은 이미 의과대학을 수용할 수 있는 국공립병원, 부속병원 등의 인프라를 상당 부분 갖추고 있어 의대 신설에 따른 정부의 재정부담도 경감시킬 수 있고, 우수인재의 공급에도 유리한 측면이 있다. 이러한 이유로 그동안 지역 각계각층에서는 의료인프라 구축과 의료인력 양성을 지속적으로 정부에 요청해 왔다.

    정부가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 의지를 밝힌 지금, 우리는 창원의 숙원을 해결할 절호의 기회를 얻었다. 우리에게 주어진 소중한 기회를 결실의 디딤돌로 삼기 위해서는 지금껏 각자의 논리와 힘으로 분산되었던 의과대학 유치 활동을 하나의 목소리로 묶어내야 한다. 지역 구성원 모두가 ‘원팀 창원’으로 똘똘 뭉쳐 힘을 집결시켜야 한다.

    최재호(창원상공회의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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