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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2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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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궁류 총기난사 희생자 추모공원 건립- 권원만(경남도의원)

  • 기사입력 : 2024-01-25 19: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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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용한 산골마을을 뒤흔든 총성은 한밤중에 벌어진 광란의 살인극이었다. 지난 1982년 4월 26일 의령군 궁류면 우범곤의 총기난사사건으로 국민을 지켜야 하는 경찰의 총구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무고한 주민들을 향했다. 그날 저녁 우 순경은 지서 무기고에서 카빈 소총을 비롯해 실탄, 수류탄을 탈취한 후 주도면밀하게 마을의 통신을 차단하고 마을 4개를 오가며 주민들을 무차별적 공격했다. 불 켜진 집을 찾아 난사하고, 시장에 수류탄을 던지며 조준사격을 통해 62명을 살해하고 33명을 부상입히며 연속살인을 저질렀다. 어둠 속 불 켜진 집들과 상갓집에 모여 있던 주민들은 영문도 모른 채 우 순경의 마구 쏘아댄 총에 죽임을 당했고, 새벽녘에는 주민의 민가에 침입해 수류탄을 터트려 자폭하며 살인극이 막을 내렸다.

    이 사건은 당시 경찰의 실태를 드러내며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정신적 문제가 있는 우범곤을 경찰로 채용했고, 그들의 근무태만과 무능함이 희생자 수를 증가시켰다. 서장을 비롯해 경찰들은 제 목숨 지키고자 사건 현장에서 오히려 멀리 도망가 숨었으며, 사건 후 뒷수습까지 엉망진창이었다.

    의령군은 경찰의 만행으로 발생한 참사에 국가적 책임을 강조하며, 정부·경남도와 함께 18억원의 예산을 확보해 ‘의령 4·26추모공원’을 올해 완공할 예정이다. 당시 군사정권 하에서 언론보도 등이 통제되면서 제대로 된 추모행사 한 번 열리지 못했던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며, 42년 만에 그날의 참사를 추모하고 유가족을 위로할 수 있는 역사적인 첫 위령제가 따스한 봄날 지낼 수 있도록 지체 없이 추진되길 바란다.

    두 손으로 하얀 새를 날려 보내는 형상의 위령탑은 희생자들의 넋을 좋은 곳으로 보내는 의미와 유가족들이 희생자를 좋은 곳으로 떠나보내고 아픔에서 벗어나기를 염원하는 간절한 마음, 그리고 다시는 비극적인 죽음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다짐이 상징적으로 담겨 있을 것이다. 지난 과거의 참사를 돌아보고, 미래 세대에게는 더 나은 사회를 전해줄 수 있는 큰 교훈이자 더 이상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의미 있는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한다.

    권원만(경남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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