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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3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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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공든 탑이 무너지랴?- 김종욱(한국전기연구원 수석연구위원)

  • 기사입력 : 2024-01-23 19:3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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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년 갑진년 청룡의 새해가 밝았다. 상상 속 동물인 청룡은 권력과 명예의 상징으로 새로운 시작과 성장, 도전과 변화를 의미한다고 한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올해에도 새해의 시작을 알리는 보신각 타종 행사에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어제와 다를 바 없는 또 하루의 시작이건만 이처럼 많은 사람이 모이는 이유는 지난 한 해의 삶을 돌이켜 반성하고 다시금 새롭게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새해 첫날이 갖는 상징성 때문이리라.

    하지만 힘차게 비상하는 청룡과는 달리 올 한 해 우리네 안보와 경제 상황이 그리 밝지 않음은 분명해 보인다. 우선은 최근의 국제정세가 심상치 않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최근에 발생한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은 중동전쟁으로 확전될 수 있는 불씨로 남아있다. 가뜩이나 미·중 패권전쟁으로 살얼음판을 걷는 동북아는 대만의 독립과 친미정책을 표방하는 민진당의 승리로 양안 갈등 위기가 뜨겁게 달아오른 가운데 미·중 간의 치열한 다툼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미궁 속으로 급속히 빠져들었다. 더욱이 북한·중국·러시아의 지정학적 유착과 긴밀한 밀월관계는 예사롭지 않으며 하루가 멀다 하고 미사일을 쏘아 올리며 동북아에 긴장을 고조시키는 북한의 도발을 저지할 특단의 해결책이 현재로선 마땅치 않아 보인다.

    미국의 군사력이 세계 최강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작금과 같은 동시다발적 글로벌 위기엔 미국의 대응 능력이 분산돼 중국, 북한 등 다른 나라가 상황을 오판할 수 있는 소지가 다분해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한 굳건한 안보태세가 시급한 시점이다. 또한 미·중 패권전쟁, 중동발 겹겹 악재 등 예측 불가한 국내외 리스크로 우리 경제의 앞날이 험난하고 버겁다. 그동안 ‘세계의 공장’을 자처하던 중국의 역할이 퇴색함에 따라 세계는 다변화, 자국우선주의로 돌아서며 인공지능(AI), 반도체, 바이오, 이차전지 등 핵심 전략기술에 대한 초격차 역량 확보를 위해 합종연횡의 길로 접어든 지 이미 오래다.

    우리는 가성비가 우수한 초일류 제품을 만들어 세계시장에 수출해야 살아갈 수 있는 경제구조다. 초일류 제품에 대한 경쟁력은 미래 사회에 대한 깊은 통찰과 분석을 통해 다가올 세상에서 요구하는 기술 및 제품에 대한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도전적인 기업가정신, 기존의 틀을 과감히 넘어서는 혁신에 기반한다. 올해 1월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CES 2024’에서 134개의 한국기업이 혁신상을 수상, 전체 수상 기업의 42.8%를 차지했다. CES 전시회는 내로라하는 글로벌 혁신기업이 참여해 미래를 선도할 기술을 선보이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혁신 기술의 경쟁장이다. 고무적인 것은 국내 수상기업의 86.6%(116개)가 벤처기업이라는 점이며 올해 CES의 최대 화두인 AI 분야에서 혁신상을 받은 28개 기업 중 57.1%(16개)가 한국의 스타트업이란 점이다. 혁신 기술이 우리 경제를 견인하지 못하는 이유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나 혁신기업이 없어서가 아니라 철옹성 같은 기득권의 논리에 입각한 법·제도와 숨 막히는 규제가 혁신 스타트업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안보가 없는 경제는 상상하기 어렵고 경제 성장 없이 국민의 행복을 운운하는 것은 공허하고 헛되다. 국가안보와 경제를 강건하게 유지하기 위해선 정치가 바로 서야 한다. 정치는 국가의 안보와 경제를 튼튼히 하고 국민의 삶의 질을 높여 국민의 행복을 실현하는 것이다. 민주 사회에서 다양한 목소리는 자연스럽고 당연하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국민의 행복 실현’이란 최우선 가치보다 우선일 수는 없다. “융성이냐? 추락이냐?” 선택의 갈림길이 그리 머지않았다. 자칫 잘못하면 오랜 세월 힘겹게 쌓아온 공든 탑이 삽시간에 무너질 수도 있음을 냉철히 직시할 때다.

    김종욱(한국전기연구원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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