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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 칼럼] 은행은 누구의 돈을 빌려줄까?- 서익진(화폐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 기사입력 : 2024-01-14 23:2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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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주일 전의 칼럼에서 우리는 무엇보다 경제에는 돈을 벌지 않고 만들어서 공급하는 존재가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은행 시스템이라는 사실을 강조했었다.

    현행 은행 시스템에서 대중이 일상으로 사용하는 돈에는 현금화폐와 예금화폐 두 가지가 있다. 전자는 각자 지갑에 들어있는 동전과 지폐로서 한국은행이 발행하고, 후자는 은행 계좌에 전자 수치로 기록되어 있는 예금으로서 시중은행이 창조한다. 모든 돈은 중앙은행이 만든다고 알고 있는 분들은 놀라지 마시라. 현재 시중통화량에서 현금은 10%(현금과 요구불 예금의 합계 M1 기준) 또는 4%(정기성 예금을 포함한 M2 기준) 남짓이며, 나머지는 모두 예금화폐이다. 이 많은 돈(예금화폐)을 민간은행은 어떻게 만들어 공급하는 것일까? 누구나 남에게 돈을 빌려주려면 먼저 자기 소유의 돈이 있어야 한다. 갑이 을에게 돈을 빌려준다면, 갑은 현금이나 예금이 감소하고 을은 현금이나 예금이 증가한다. 이때 기존의 돈이 이전되었을 뿐 새 돈은 없고, 시중 통화량도 늘지 않는다. 대출 전문가 은행도 자기 돈을 빌려주는 것일까? 은행이 아무리 많은 돈을 대출해도 자기자본은 감소하지 않는다. 자기자본은 자산이나 부채 총액의 지극히 작은 일부에 지나지 않기에 은행은 그렇게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제삼자에게서 빌리는 것이다. 이때 제삼자는 보통 예금 고객이지만, 때로는 타 은행이나 한국은행일 수 있다. 빌릴 때는 최대한 낮은 금리를 주고, 빌려줄 때는 최대한 높은 금리를 받음으로써 예대금리차(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의 극대화를 도모하는 것이 은행의 비즈니스 모델이다. 이게 정답이고, 의문은 해소되었다. 모두들 그렇게 안다. 과연 그럴까? 은행이 예금을 대출하는 게 사실이라면, 은행이 대출할 때 고객 누군가의 예금잔고가 줄어들어야 한다.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가? 그렇다 해도 이는 은행이 중개자로서 돈을 이전한 것에 다름없으니 새 돈의 공급도 통화량 증가도 없다. 자가당착이다.

    그럼 도대체 은행 대출의 실상은 무엇인가? 이른바 신용창조다. 신용(믿음)을 바탕으로 없는 돈을 만들어 대출하는 것이다. 은행직원이 컴퓨터 자판에 수치를 두들기고 엔터키를 치면 그만이다. 어느 누구의 예금도 손대지 않고 새 돈을 만들어 대출하기에 차입자의 예금이 늘고, 통화량도 늘어나는 것이다. 그 대신 은행은 차입자의 상환약속(차용증)을 대출채권이라는 자산으로 등재해 대차대조표 균형을 맞춘다. 고객이 대출금을 상환하면 고객의 예금과 대출채권이 동시에 컴퓨터 서버에서 삭제되고, 통화량도 그만큼 줄어든다.

    은행은 새 돈을 만들어 대출하고 이자를 받는다. 5대 시중은행이 재작년 한 해 동안 올린 대출이자 수입은 100조 원에 육박한다. 예금이자로 나간 돈이 약 46조 원이니 이자수익은 54조 원이다. 은행이 최고 연봉을 주고 걸핏하면 보너스 잔치를 벌일 수 있는 이유이다. 속내는 잘 모르겠지만 대통령까지 은행은 공공재라며 상생금융을 압박하는 이유이다. 경제가 돈으로 돌아가고 현행 은행 시스템이 유지되는 한, 민간은행의 통화 발행 특권과 막대한 이자 특혜도 영원하다. 이 특권과 특혜는 국민이 누려야 마땅하지 않을까?

    서익진(화폐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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