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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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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포기할 수 없는 방향 - 이수정(창원대 명예교수철학자)

  • 기사입력 : 2024-01-10 08:4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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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언론에 보도되는 ‘여론조사’를 보면 좀 특이한 현상이 주목을 끈다. 조사 자체의 내용이 무엇이건 그 조사 결과가 세대에 따라 크게 다르다는 것이다. 예컨대 2030과 6070의 의견은 너무나 달라 마치 별세계의 인간인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4050도 물론 예외가 아니다. 아마 더 세분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성장의 조건 내지 배경이 다르니 그 생각이 같을 수는 없다. 그러나 세상이 아무리 달라졌다고 해도 인간이 인간인 한 절대로 달라질 수 없는 공통분모는 분명히 있다. 그것은 ‘선의 지향’이다. ‘좋기’를 바란다는 것, 그것은 인간/삶/존재의 대원리이기도 하다. 좀 구체화하자면 국가의 대원리이기도 하다. 이 점을 부인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 국가에 대해서도 세대를 넘은 ‘국가의 선’(어떤 게 좋은 나라인가)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토론하지 않으면 안 된다. 국가는 우리 각자, 우리 모두의 운명이기 때문이다. 국가의 질이 국민인 우리의 질을 결정하고 국민인 우리의 질이 국가의 질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물어보자.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나라 대한민국은 과연 좋은 나라인가? 이건 물음 자체가 어리석기도 하고 위험하기도 하다. 좋다고 해도 나쁘다고 해도 시비를 피할 수 없다. 그래도 우리는 이 물음을 피하면 안 된다. ‘좋은 나라’를 위한 필수불가결한 물음이기 때문이다. 단세포적인 대답은 좋다/나쁘다 어느 쪽이든 정답일 수 없다. 인간이 애당초 그렇듯 국가도 역시 좋기만 할 수도 없고 나쁘기만 할 수도 없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꽤 좋은 나라’이고 동시에 ‘꽤 나쁜 나라’이다. 경제력-군사력-기술력-문화력 등을 위시해 종합국력이 세계 6위라는 외국의 평가나 각종 지표에서 선진국 반열에 올라 있으니 전자를 부인할 수 없을 것이고, 한편 자살률/인구감소율/경쟁/노동 강도 등에서 세계 1위라는 보도를 보면 후자 역시 부인하기 힘들 것이다. 이 양자를 모두 인정하고서 우리는 토론에 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자, 그렇다면? 이제 앞으로 어쩔 것인가? 그게 중요하다. 그걸 누가 모르겠는가. 하나 마나 한 소리라고 누군가는 눈을 치켜 뜰 것이다.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그게 철학의 역할이고 구체적으로는 정치/언론/교육의 역할이다. 거기에는 사회적 토론과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 모든 세대 특히 2030을 아우르는 합의다.

    그런데 정답은 의외로 단순명쾌하다. 지금 우리가 그리고 외국이 우리의 무엇을 ‘좋다’고 보는가 하는 것이다. 그게 우리가 걸어왔던 방향이고 계속 걸어가야 할 방향이다. 앞으로 가는 길이고 위로 가는 길이다. 가난과 전쟁이 답이 아니라는 것은 너무나 명백하다. 우리는 지난 수십 년간 경제력-군사력-기술력-문화력을 착실히 키워 왔다. 이런 게 실은 한 국가의 핵심역량들이다. 그게 국력을 좌우한다. 이 역량들을 계속 키워야 한다. 그래서 ‘질적인 최고급 국가’를 향해 더욱 매진해야 한다. 질적으로 승부하면 세계 1위도 얼마든지 현실이 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 ‘최소한 일본보다는 나은’ ‘최소한 중국보다는 나은’ 그리고 이윽고 유럽과 미국을 넘어서는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 적지 않은 분야에서 우수한 인재들이 그게 가능함을 이미 보여주고 있다. 산업화/민주화를 일군 6070뿐만 아니다. 4050도 2030도 많다. 전 세대의 가치 공유가 절실히 필요하다. 어떤 정치세력이건 부디 분열을 부추기지 말라.

    ‘세계 최고’가 물론 간단하지는 않다. 간단할 리가 없다. 그래서 우리는 눈앞의 실질적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야 한다. 아마도 저 칼 포퍼 식의 ‘단편적 사회공학’(구제적인 악의 제거에 힘쓰는 것)이 함께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선진한국을 위한 포기할 수 없는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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