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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2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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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ON- 최종수와 함께 떠나는 탐조여행] (3) 주남저수지와 가창오리

화려한 비상, 황홀한 비행

  • 기사입력 : 2023-12-22 08: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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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근 논 개발로 먹이 줄며 점차 사라져
    지난겨울 월동 이후 현재까지 볼 수 없어


    창원특례시 주남저수지는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철새도래지다. 그 이유는 1984년 겨울 이곳에서 가창오리 5000여 마리가 처음 발견되면서 국제적인 관심을 받게 되었기 때문이다. 가창오리는 시베리아 동부 레나강에서 번식하며, 지구상의 가창오리 90%가 우리나라에서 월동한다.

    지난해 겨울, 수천 마리의 가창오리들이 해질녘 화려한 군무를 펼치고 있다.
    지난해 겨울, 수천 마리의 가창오리들이 해질녘 화려한 군무를 펼치고 있다.

    주남저수지 가창오리의 역사를 살펴보면 1984년 겨울 약 5000마리가 찾아온 이후 지속해서 개체수가 늘어나 1995년 겨울까지 약 3만 마리로 늘어났다. 하지만 주남저수지 인근 논의 급속한 개발로 인해 채식지 파괴로 가창오리는 이곳에서 사라졌다.



    가창오리는 기러기목 오릿과의 우리나라 겨울철새로 몸길이가 40㎝이며, 수컷은 암컷에 비해 화려하고 얼굴에는 노란색, 녹색, 검은색의 독특한 태극무늬가 있으며, 암컷은 머리에서 뒷목까지 흑갈색이고 부리의 기부에 흰색 반점이 특징이다. 낮에는 수면 위에서 휴식하고 해질 무렵 동판저수지 가창오리가 주남저수지로 모여 거대한 무리로 합쳐져 일몰과 함께 비행을 펼친다.



    가창오리의 집단 비행은 경이로움 그 자체다. 공연 시작의 막이 오르면 작은 무리의 가창오리가 수면 위로 저공비행을 시작한다. 무리와 무리가 합쳐져 순식간에 수천에서 수만 마리로 늘어가고 비상하는 날갯짓은 거대한 호수와 가창오리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 같은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이 경이로운 군무가 지난겨울에 다시 펼쳐졌다. 예전에 비해 미약하지만 대략 1만5000마리의 군무가 펼쳐져 탐조인들을 설레게 했다. 하지만 올해는 그 모습을 현재까지 볼 수 없다. 그동안 가창오리는 금강하구, 동림지, 영암호, 고천암 등지로 월동지를 옮겨 겨울을 나고 있다. 지난해 겨울 현재 월동지의 채식 환경의 변화에 따라 적은 무리가 다시 찾아온 것으로 추정한다. 개발과 보존의 절묘한 조화로 주남저수지에서 가창오리의 화려한 군무를 다시 보고 싶다.

    최종수(생태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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