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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2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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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전봇대 이야기- 윤덕화(고객만족경영 활동가)

  • 기사입력 : 2023-12-12 19: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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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자가 KT 진주전화국 홍보실장으로 근무하고 있던 어느 날, 사무실 앞 출입문 쪽으로 나와 보라는 한 고객의 전화를 받았다. 왜 사무실이 아니고 청사 앞에서 보자고 하는 것일까,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한 마음을 다잡으며 하던 일을 멈춘 후 옷을 한 번 고쳐 입고 밖으로 나갔다.

    만나서 얘기를 들어보니, 청사 앞에 세워져 있는 전봇대가 똑바로 서야 하는데 약간 저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는 것이었다. 순간, 무슨 트집을 잡으려고 이렇게 말을 해 오고 있는 것일까? 하는 불안한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나도 전봇대 밑둥치부터 맨 꼭대기까지 유심히 살펴보았지만 나의 눈에는 전봇대가 정상적으로 잘 세워져 있었다. 제가 보기에는 전봇대가 잘 세워져 있는 것 같은데요. 화가 난 고객은 어쨌든 잘못 세워진 전봇대이니 바로 세우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참으로 황당한 노릇이었다. 청사 앞의 전봇대가 기울어져 있다는 것에 공감하는 직원들도 없었고,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정말 난감한 상황에 봉착했다.

    홍보실장의 위치에서 해결할 수 없음을 인지하고 조직의 단계를 하나씩 밟아가면서 처리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영업부장에게 보고하고 부장이 국장에게 보고해서 기술부서 현장직원들이 출동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그 전봇대가 바르게 세워져 있었는지 조금 기울어져 있었는지는 지금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날 이후 필자는 어떠한 경우라도 고객이 하는 말을 귀담아듣고 일단은 고객의 말이 옳다고 가정한 후에 그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방법을 선택하며 생활했다.

    나는 회사 쪽 시각에서 전봇대의 안정성을 보았고 고객은 고객 쪽 시각으로 위험도에 초점을 맞춘 사건이었다.

    그 현장을 접한 다음부터 전봇대를 아랫부분에서 꼭대기까지 살펴보는 남다른 버릇이 생겼다. 그러면 내 키가 전봇대처럼 커지면서 마음도 그만큼 커지는 느낌을 받는다. 약간 기울어져 있다는 지축이 왠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윤덕화(고객만족경영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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