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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30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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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우리 동네 숨은 영웅을 소개합니다- 정효정(창원중부경찰서 신촌파출소 경위)

  • 기사입력 : 2023-12-05 20:3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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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 영화의 트렌드는 ‘마블(Marvel: 놀라운 사람)’ 시리즈이다. 마블 영화가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미국의 슈퍼 히어로물을 출판하는 마블 코믹스 이후 마블 스튜디오를 디즈니사가 인수하면서부터이다. 2008년 아이언맨을 시작으로 캡틴 아메리카, 어벤져스, 토르, 블랙 팬서 등 엄청난 흥행을 하고 있는 시리즈이다.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마블은 하늘을 날아다니거나 엄청난 괴력을 내뿜는 초능력자는 아니다. 하지만 그 무엇과도 비교될 수 없는 멋진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뭐 그렇게 거창하지도 않지만, 꼭 소개하고 싶어서이다. 과연 그 상황이라면 나도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생각해 보지만, 선뜻 나서지 못했을 것 같다.

    때는 올해 10월 10일 늦더위가 있던 가을 오후로 기억된다. 내가 근무하는 창원시 신촌동 소재 신촌광장 교차로 한가운데에서 벌어진 일이다. 내가 막 112 순찰차를 타고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병맥주 수백 병이 도로에 깨져 구수한 맥주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고, 유리병이 깨져 사방으로 흩어져 마산에서 창원 방면과 진해 방면으로 차량 진행이 불가한 상황으로 많은 정체가 빚어지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의 슈퍼 히어로 네 명이 깨진 유리병을 땀을 뻘뻘 흘리며 치우고 있는 게 아닌가. 두 명은 빗자루를 들고 유리병을 쓸고, 나머지 두 명은 통에 담아 도로 옆으로 옮기고 있었다. 난 처음에는 맥주 유통회사 직원들이 치우는 것으로 생각했다. 왜냐면 스스로 벌인 일을 자책하는 듯 너무 열심히 하면서도 체계적으로 잘 치우고 있어서였다. 하지만 나의 그런 생각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네 분 중에 가장 큰 역할을 한 사람은 사고 소리를 듣고 바로 달려오신 카센터 사장님이며, 다른 한 분은 카센터 옆에서 차량 펑크를 때워 주는 사장님으로, 마대와 빈 통, 빗자루를 들고 사고 현장으로 달려 나오셨고, 나머지 두 분의 영웅은 차를 운전하고 가는 도중 사고를 목격하고 차량을 세워 둔 채 내려서 청소를 하신 분들이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1상자에 맥주 20병이 들어 있는 20상자(400병)가 도로에 떨어져 깨졌다고 한다. 자신의 일이 아니기에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던 상황, 그럼에도 이들은 손수 팔을 걷어붙이고 분주히 깨진 병들을 정리했다. 눈앞에 벌어진 일이 내 일인 것처럼 앞장서면서 혹여나 발생할 수 있는 2차 사고까지 막았다는 점에서 돌이켜보면 고개가 절로 숙여지는 대목이다. 이 같은 우리 동네 멋진 영웅들을 직접 볼 수 있어서 너무 기분 좋았고, 나의 히어로가 아닌 모두의 영웅이 될 수 있도록 꼭 알리고 싶었다. 다시 한번 지면을 통해 네 명의 영웅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아울러 항상 위험한 곳에서 헌신하는 경찰, 소방 공무원들에게도 경의를 표한다.

    정효정(창원중부경찰서 신촌파출소 경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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