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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학생개별맞춤통합 지원이 필요하다- 박봉률(양산 서창중학교 교장)

  • 기사입력 : 2023-12-04 19:3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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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 학살을 경험한 종교 철학자 한나 아렌트(1906~1975)는 악의 본질을 무사유, 즉 ‘타인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의 결여’라고 정의하면서 ‘악의 평범성’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성경에 나오는 욥의 친구들이 그랬다. 욥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했고, 같은 관점으로 보지 못했다. 그것이 욥에게는 큰 아픔으로 다가왔다. 즉 사람과 사람의 올바른 관계는 상대방의 생각이나 감정이나 원하는 것을 이해하려는 입장에서 공감하며 듣는 것이 필수적이다.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을 향해 귀를 크게 열고, 온 마음을 다해 들어주어야 한다. 이 아이들의 소리를 허투루 듣지 않고, 작은 소리라 할지라도 천둥보다 더 크게 듣고 반응해 주어 어른들이 함께한다는 감정을 느끼도록 해주어야 한다. 결국 오늘을 사는 학생과 시선을 맞추고 동행하는 학교(교사·어른)가 되어야 한다. 학생들의 사안을 보면 복합적으로 연계돼 있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자해의 경우 본인의 어려움을 살펴봐 달라는 신호다. 그런데 이 어려움은 단순한 한 사건이 아니라 여러 가지 영역으로 엮겨져 있다. 즉 가정의 문제, 교우문제, 학업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개인에 맞는 통합적 지원을 해야 하는 이유이다.

    이에 경상남도교육청이 시범사업으로 추진하는 ‘학생맞춤통합지원’ 프로그램에 기대를 가져 본다. 이 사업은 단위학교에서 사안이 발생하면 사례관리를 통해 학생 사안에 관련, 개인의 모든 면을 복합적으로 검토하고 가장 우선적으로 지원해야 할 영역과 부가적으로 지원해야 할 영역으로 나눠 정보 공유와 효율적인 지원체계를 구축해 지원하는 것이다.

    본교에서는 ‘학생맞춤통합지원’팀을 구성해 건강·인성, 학업·진로, 폭력, 자살(해), 경제곤란, 정신건강, 관계결핍 영역을 나눠 자체 지원플랫폼을 개발하면서 운영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사회 유관기관의 관련 프로그램과 연계하며 플랫폼 운영에 참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사안이 발생하면 팀에서 정보를 공유하고 사안별로 신속히 개입, 지역사회 유관기관과 긴밀하게 협조해 학생에 적합한 맞춤지원으로 학생이 건강한 학교생활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사업은 단위학교의 시범적 사업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운영의 결과를 단위학교에 접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지원해 줘야 한다. 즉 학교현장에서 학생 사안이 발생했을 경우 사안별 종합적으로 접근하고 개인별 맞춤통합지원을 위한 교육지원청별, 단위학교별 상황에 맞는 ‘학생맞춤통합지원 플랫폼’을 만들어 단위학교에서 유용하게 재편성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 한결 체계적이고 학생에 맞는 맞춤 지원과 함께 담당 교사도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오세영 시인의 ‘그릇’이라는 시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깨진 그릇은/칼날이 된다/무엇이나 깨진 것은 칼이 된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우리 아이들은 기댈 곳 없이 절망해 자살하거나, 껍질 벗겨진 것이 두려워 남을 공격하는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이 프로그램이 껍질이 벗겨져 의지할 곳 없고, 삶의 보람과 의미를 찾을 수 없어 점점 칼처럼 변하는 우리 아이들의 삶의 작은 언덕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

    박봉률(양산 서창중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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