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9일 (월)
전체메뉴

[촉석루] 백문불여일견 (百聞不如一見)- 조남기(한국전력 경남본부장)

  • 기사입력 : 2023-10-29 19:36:50
  •   

  • 중국 전한의 9대 황제인 선제 때, 골칫덩이인 서쪽 오랑캐 강족을 물리치기 위해 누구를 장수로 보내야 하나 고민하던 황제에게 당시 76세 노장 조충국 장군이 추천되었다. 황제가 강족을 어떻게 물리쳐야 할지 조 장군에게 물으니 “폐하,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했습니다. 제가 현장을 가서 살펴본 뒤 말씀드리겠습니다”라고 했다. 조 장군은 멀리 떨어진 현장을 직접 가서 그곳 사람의 말을 듣고 심지어 포로로 잡힌 강족 사람까지 만나고 돌아와 “그곳은 말을 타는 기병보다는 평소에는 농사를 지으며 백성을 돕다가 전쟁 발발 시 전투하는 둔전병을 두는 것이 더 나을 것입니다”라고 황제에게 고했다. 조충국의 말대로 하였더니 강족이 쳐들어오지 못했고 사람들은 이때부터 ‘백문불여일견’이라는 말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1993년 가수 신신애씨의 노래 ‘여기도 짜가, 저기도 짜가, 짜가가 판친다’는 노랫말이 있다. 요즘 주변을 보면 가짜뉴스, 선동, 비과학적인 사회불안 조성 등 가짜정보가 판치고 있는데 이를 확인하는 시스템은 거의 부재상태이고, 또 확인되고 나서도 법꾸라지처럼 처벌을 피하니 가짜뉴스가 더욱 극성이다.

    그러면 과연 가짜뉴스나 선동은 만드는 사람에게만 책임이 있을까? 우리 국민 대부분은 고등교육을 받았고 IT기반의 지식정보 환경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 지식포털사이트 등에 잠깐만 확인해도 신뢰할 만한 정보인지 가짜뉴스인지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인터넷상 가짜뉴스나 유튜브만 보고 판단하는, 아니 그냥 믿어버리는 우(愚)를 범하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자주 보게 된다. 국민이면 알아야 할 헌법을 예로 들면 총 130조로 구성되어 있고, 국민의 권리와 의무, 국회·정부·법원의 기능과 개인의 자유 등이 명시되어 있으며, 약 1시간 정도면 모두 읽을 수 있다. 그럼에도 헌법 제1조나 극히 일부만 읽고 마치 다 아는 양 떠들어대는 코미디언 같은 비전문가 방송인이나 유튜버를 인플루언서라 하면서 그들이 하는 말을 그대로 믿는 사람들을 보면 ‘백문불여일견’의 지혜가 아쉬운 요즘이다.

    조남기(한국전력 경남본부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