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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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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함께 누리는 문화- 한명철(세원우드텍 대표이사)

  • 기사입력 : 2023-10-19 19:2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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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15 아트센터에서 ‘오셀로와 이아고’ 공연을 관람했다. 우리들이 잘 아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오셀로’를 가면극으로 각색한 특색 있는 공연이었다. 3·15 아트센터 15주년 기념 기획 공연 중 한 편이라 기대하는 마음이 컸는데 이런 기대를 충분히 채울 만큼 의미 있었다.

    오셀로는 셰익스피어 희곡 가운데 비교적 덜 알려진 작품이긴 하지만 인간의 나약한 본성을 다룬 내용은 지금도 우리의 폐부를 찌르는 교훈이 있다. 용맹했으나 단순하고 즉흥적인 오셀로와 그의 나약한 본성을 교묘히 이용하여 파멸로 몰아넣는 이아고의 이야기는 인간 본성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내포하고 있다. 이것은 몇백 년 전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지금의 나, 우리들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된 이야기였다.

    물론 극의 내용은 알려진 대로 두말할 나위가 없이 훌륭했다. 하지만 정작 나를 감동시킨 것은 내용보다는 세심한 형식이었다. 우선 서양의 대표적인 희곡을 우리나라의 전통 탈 극 형식으로 바꾼 것이 독특했다. 대사가 많지 않았지만, 탈 속 인물들의 갈등과 심리 상황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또 하나의 특징은 누구도 소외되지 않은 점이었다. 유난히 공연장에 장애인들이 많이 눈에 띈다 했는데 극이 시작되자 곧 의문이 풀렸다. 화면 해설 안내기가 원하는 사람들에게 주어졌고 무대에 수어 통역사가 배치되어서 등장인물들의 모든 대사가 수어로 설명됐다. 그리고 무대에 설치된 전광판에 자막으로 배우들의 모든 대사가 표시됐다. 휠체어 관람석 구비는 말할 것도 없었으니 지체, 청각, 시각 어떤 장애를 가졌더라도 함께 볼 수 있는 공연이었다. 장애인의 문화 향유권이 철저히 보장된 공연은 비장애인인 나에게도 유쾌하고 감동적이었다. 수어로 열심히 관람하던 한 청각 장애인의 함박웃음을 보고 나도 모르게 찡한 감동이 있었다.

    유니버셜디자인이라는 용어가 일반화됐다. 사회의 가장 약자가 누릴 수 있는 디자인은 사회 구성원 누구에게라도 가치와 쓸모가 있다. 이날 공연도 마찬가지다. 모든 장애인을 골고루 배려한 극은 비장애인인 우리에게도 유용했다. ‘다 함께 잘 사는 사회’란 말의 공허함을 꽉 채워준 흐뭇한 공연이었다.

    한명철(세원우드텍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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