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9일 (월)
전체메뉴

[촉석루] 세상 어디에도 없을 단 하나의 무대- 이수진(3·15아트센터 문예사업부 과장)

  • 기사입력 : 2023-10-18 19:12:38
  •   

  • 요즘 사람들은 왜 맛집에 열광할까.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외식이라 하면 이국적인 프랜차이즈나 고급스러운 패밀리 레스토랑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요즘은 ‘제대로 맛과 멋을 낸’ 혹은 ‘흉내 낼 수 없는 맛’, ‘나만이 알고 싶은’ 맛집을 찾는다. 그렇기에 찾아가기도 힘든 골목 깊숙이 위치한 노포식당부터 가격대가 천차만별인 오마카세 식당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요즘 식당들이 인테리어는 물론 ‘시그니처’ 메뉴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캐나다에는 포크, 재즈, 블루스 뮤직 등 도시마다 40년 이상 전통을 가진 음악페스티벌이 수십 개가 된다.

    세계 각국의 축제에 참가하여 한국음악단체들을 소개하던 나의 20대 시절, 캐나다 캘거리에 매우 인상적인 축제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그것은 세계 각국에서 온 뮤지션들끼리 즉흥연주를 펼치던 무대였다. 지구 반대편에서 건너온 뮤지션들은 오늘 처음 만나 뭐라도 만들어 내야 하는 고난도 미션이었다. 악기도 스타일도 리듬도 다른 국가의 뮤지션들이 만나 악보는커녕 리허설이랄 것도 없이 무대에 오르면 한 밴드가 적절한 코드(code)를 제시한다. 그러면 다른 밴드가 코드에 맞추어 선율을 더하고, 다른 밴드도 이에 맞춰 즉흥으로 연주를 얹어내는 것이다.

    그러나 공연의 말미, 한국의 거문고 음악과 미주지역의 펑크음악, 그리고 유럽의 집시음악이 만나 한 편의 무경계 월드뮤직 무대가 탄생했고 관객들은 환호하고 춤을 추며 그 무대를 다 같이 즐겼다. 40년 이상 이 페스티벌에 참가해 온 관객들은 그 축제를 찾는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그 합동연주 무대를 보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리고 그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 즉흥 무대가 희대의 괴이한 작품이 될 수도 있지만 다시는 잊지 못할, 이 세상 어디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단 하나의 명연주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새로운 예술에 대한 호기심과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경험에 대한 기대감으로 망설임 없이 우리 지역의 극장을 찾는 상상을 해본다. 어떤 유명 가수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는 것이 아니라 ‘그 극장이어서’, ‘믿고 보는 극장이 내놓은 기획이니까’ 찾는 그런 극장. 지역의 예술극장과 축제에도 이제는 ‘시그니처’ 기획이 필요한 시대이다.

    이수진(3·15아트센터 문예사업부 과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