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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학습된 무기력- 김영근((사)대한한의사협회 전국사무국처장협의회장)

  • 기사입력 : 2023-10-15 19: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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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야흐로 100세 시대다. 누구나 건강하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고 싶어한다. 하지만, 사람마다 행복지수는 천양지차다.

    국내 한 기업체에서 사람이 평생 살면서 웃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 라는 물음으로 조사한 바가 있다.

    어린아이들은 하루에 평균 300~500번 정도를 웃는 데 비해서 성인들은 하루에 7~10번 정도 웃는다고 한다. 성인이 하루 10번 정도 웃는데 걸리는 시간이 채 5분도 되질 않는다. 그럼 매일 5분 정도씩 웃는다고 가정하고 80년을 산다고 했을 때, 웃는 시간은 100일 정도다. 평균적으로 일하는데 30년, 잠자는데 27년, TV 보는 시간이 8~9년, 쓸데없는 근심 걱정을 하는데 10년 정도의 시간을 허비한다고 하니 행복하게 누려야 할 시간은 미미하다는 것이다.

    ‘열정에 기름 붓기’란 책에 코끼리 길들이는 방법이 나온다. 코끼리를 어렸을 때부터 뒷다리를 말뚝에 묶어 놓으면 아무리 힘을 써도 말뚝 주변을 벗어날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어른이 된 코끼리는 말뚝을 뽑아버릴 만큼 힘이 세졌는데도 스스로 말뚝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이유를 미국의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먼은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이라고 하였다. 학습된 무기력은 동물뿐만 아니라 사람에게도 적용된다. 피할 수 없거나 극복할 수 없는 환경이 반복적으로 노출되다 보면, 실제 자신의 능력으로 피할 수 있거나 극복할 수 있는 상황이 왔는데도 체념하고 스스로 포기하는 심리를 일컫는다.

    LA다저스팀 감독을 역임한 라소다 감독은 “세상에는 일이 일어나는 걸 그저 구경만 하는 사람,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지 궁금해하는 사람들, 그런 일들을 일어나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누구에게나 하루 24시간이 주어지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에 재미를 붙이다 보면 삶에 의욕도 생기고 보람을 느끼게 된다. 세상에 지배할 수 없는 것들이 많지만 자신의 마음과 자세는 얼마든지 지배할 수 있다. 무위는 권태로, 권태는 게으름으로 이어진다. 목표 없이 사는 것만큼 아둔한 인생도 없다. 무능한 사람일수록 핑계를 잘 만든다.

    각주구검(刻舟求劍)이 부질없듯이 시간의 한가운데 표식(表式)을 남겨 두고 그 시간으로 회귀할 수는 없다. 더러는 내 삶을 10년 전으로 돌려주면 뭔가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이 순간을 헛되이 보내면 10년 아니라 50년을 거슬러 올라가도 매 마찬가지다. 속절없이 보낸 먼 과거가 옛날 것이 아니라 늘 오늘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촌음도 아껴서 자기 것으로 만드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행운도 늘 부지런한 사람의 편에 있다. 습성이 몸에 배도록 꾸준하게 반복 훈련을 통해 길러야 함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몰입하여 즐겁게 즐기는 것이 행복을 추구하는 길이다.

    높이 바라보지 않으면 땅은 가까이 보이기 마련이다. 스스로 해야 할 일을 찾아 나서는 게 학습된 무기력을 벗어나는 길이 되지 않을까.

    김영근((사)대한한의사협회 전국사무국처장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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