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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30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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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일본의 동전 문화- 박금석(㈜푸른에셀 경영컨설턴트)

  • 기사입력 : 2023-09-03 20: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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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5월 일본을 여행할 때 느꼈던 일이다. 후쿠오카에서 나가사키로 가는 고속버스 앞 유리 위 모니터에 숫자가 표시되고 있었다. 숫자는 주행 중에 계속 바뀌었다. 나가사키에서 운젠온천으로 가는 시외버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무슨 숫자일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다. 알고 보니 구간별 요금 표시였다. 일본은 고속도로 내 승·하차 장소별로 요금을 세분화해 놓았기 때문이다.

    일본은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승차권을 요금통에 넣고 내린다. 만약 승차권을 분실했다면 현금으로 재계산해야 한다. 고속, 시외버스든 노면전차든 간에 승차권 수거기 옆에는 반드시 동전 교환기가 있었다. 일본은 현금 유동성이 높아 동전이 없는 경우 이용자가 직접 지폐를 100엔, 10엔 동전으로 교환하여 요금통에 넣고 내리기 때문이다.

    슈퍼마켓 계산대에서 동전을 세고있어도 뒷사람은 느긋하게 기다려 준다. 만약 한국에서 이랬다면 뒤에서 구시렁거리지 않았을까. 어쨌거나 일본은 동전을 많이 활용한다. 물론 일본에도 교통카드를 사용하는 사람도 많다. 일본은 카드 사용액이 연말 소득공제에 포함되지 않는 이유도 있겠지만 한·일 간 문화의 차이가 아닌가 싶다.

    일본의 고속버스를 예약하다 보면 좌석 선택 시 성별을 구분하여 표시하게 되어 있다. 두 개의 자리 중 하나의 자리에 여성이 예약되어 있다면 다른 여성을 배려하는 차원이 아닐까. 일본의 웬만한 식당에 가면 “나마비루 잇바이 구다사이(생맥주 한 잔 주세요)”란 말을 들을 것이다. 일본은 식당에선 잔 단위로 맥주를 판다.

    대중교통 내 동전 교환기 비치, 세부 구간 요금 표시, 좌석 예약 시 성별 표시, 생맥주 한 잔 거래 등이 과연 어떤 의미를 지닐까. 작은 것, 차이를 허투루 여기지 않는다. 조그마한 것에 세밀한 배려가 깊다. 이러한 차이를 중요하게 여겼기에 일본의 소·부·장 산업이 발달한 원동력이 되지 않았을까.

    중국인은 거지도 전자 결제를 한다. 하지만 일본은 아직도 지방 역에 가면 개찰구에서 역무원이 승차권에 구멍을 뚫는 아날로그 시대이다. 일본은 의사결정 과정을 중요시하는 네마와시 문화로 인해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가 일본경제를 앞 질렀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의 소·부·장 산업의 자체 조달률은 많이 높아졌다 하나 아직도 일본에 의존하는 편이다.

    일본은 국민은 가난해도 국가는 부자다. 미국, 중국에 이은 세계 3대 경제 대국이다. 1억2000만의 인구로 자체 수요가 있어 우리나라처럼 수출에 크게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 일본은 잃어버린 30년으로 인해 1990년 이후 경제가 후퇴한 것은 사실이다. 여기서 우리나라는 일본의 많은 문제점을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다.

    필자가 일본을 미화하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 과거의 역사에 얽매이기보다 우리의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인정하고 그것을 넘어서자는 것이다. 우리나라 속담에 ‘소탐대실’이란 말이 있다. 조그마한 것에 신경 쓰면 소인배란 말을 듣는다. 필자는 ‘소탐대실’이 아니라 ‘소탐대성’이라고 말하고 싶다.

    박금석(㈜푸른에셀 경영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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