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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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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박수처럼 서로 공감이 필요한 요즘- 신미정(진해문협 사무국장·수필가)

  • 기사입력 : 2023-08-27 19: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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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마보다 이른 하루를 시작하는 아이들을 맞으려 어린이집으로 들어섭니다. 안긴 채로 내게 건네진 서너 살배기들이 놀면서 재잘대는 소리가 창끝에 조롱조롱 매달리는 아침 풍경입니다. 아이는 칭찬으로 손뼉을 쳐 주면 제일 흥겨워합니다. ‘와 멋지다’를 덧붙이면 재롱이 점점 늘어납니다. 손뼉 치며 부르는 노래는 우는 아이의 울음도 뚝 그치게 합니다.

    시계를 볼 줄 아는 듯이 아이는 부모가 데리러 오는 시간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자기 이름이 불리면 달뜬 걸음으로 입구를 향해 내달립니다. 잘 노는 듯해도 부모를 그리는 가슴은 잠시도 콩닥거리기를 쉬지 않았던 속내를 보여줍니다. 온종일 어린이집에 있어야 하는 아이와 해 질 녘까지 자식을 맡겨두는 애잔한 엄마의 마음이 고스란히 읽히는 저녁입니다.

    “모든 어른은 한때 어린이였다. 그러나 그것을 기억하는 어른은 별로 없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 나오는 말입니다. 우리가 한때 아이였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하고 삽니다. 빠르게 달리는 어른의 시간에서 잠시 아이의 시간을 들여다보는 여유를 가졌으면 합니다. 노는 것을 즐기는 우리 아이들입니다. 비바람이 세차게 부는 날 외엔 밖에서 놉니다. 일주일에 한 번 열리는 마을 장터 가는 날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장에는 금방 튀겨낸 어묵과 커다란 놀이터가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장에 가자고 할까 봐 제 가슴이 조마조마합니다. 장터 가는 길가 지정 게시대를 벗어나 아이들 눈높이에 나란히 걸려 있는 현수막 때문입니다. 빨간, 파랑 현수막에 적힌 글 뜻을 물어볼까 봐 지레 겁이 납니다. 시도 때도 없이 읽어달라고 책을 들고 줄을 서는 아이들입니다. 바깥놀이 때면 호기심이 늘어나 질문이 끝이 없습니다. 서로 비방하는 글 일색인 현수막을 가리키면 그대로 읽어주는 정직한 선생이 될까요. 지어내는 거짓말쟁이 선생이 될까요. 상처받을 아이를 떠올리며 저는 거짓말쟁이로 남겠습니다.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잠시 뒤적이면 기분이 좋아지는 긍정적인 말이 많습니다. 서로 잘한다고 칭찬의 글을 적고 박수를 쳐 주면 세상이 밝게 변할 겁니다. 아이들을 바르게 가르치는 정직한 선생으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어린이집 초인종을 먼저 눌렀다고 눈물을 쏟아내는 게 아이입니다. 아직 타인의 마음을 알지 못하고 해맑은 그대로인데 하물며 혼자 자라고 여물어 갈 수 없습니다. 손뼉도 서로 만나야 소리를 내듯 그저 좋은 사람 여럿이 더불어 주면 제대로 영글어 갈 겁니다.

    교사와 부모의 관계는 아이를 사이에 두는 것이 아니고 나란히 옆에 서 함께 길러내는 일이라 믿습니다. 아이의 시간을 헤아리듯 서로 공감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두 손이 만나서 내는 울림과 떨림처럼 같은 가락으로 아이를 거두면 그들 또한 기대는 구석이 있어 외롭지 않을 겁니다. 부모는 오른 손바닥, 교사는 왼 손바닥을 내밀어 아이를 위한 마음을 모아 손뼉을 쳐 보면 압니다. 짝짝 울림과 따스한 기운이 양손으로 넘나들 것입니다. 한마음으로 박수 치는 사회, 서로 공감이 필요한 요즘입니다.

    신미정(진해문협 사무국장·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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