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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문덕수 시인에게 기댄 디카시- 이상옥(시인·창신대 명예교수)

  • 기사입력 : 2023-08-22 20: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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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는 10월이면 문덕수문학관은 창신대 도서관으로 확장 이전해서 재개관하게 된다. 문덕수문학관은 도서관 2층에 자료실을, 3층에 수장고를 비롯하여 전시실, 열람실, 연구실, 사무실, 시청각실, 컨퍼런스룸 등이 구비돼 한국문학의 거장 문덕수의 이름에 걸맞은 명실상부한 문학관으로 거듭난다.

    문덕수문학관 개관 기념행사는 한국현대시인협회와 문덕수문학관 공동 주관으로 통일문학축전이 열리고, 또 문덕수문학관 주최로 ‘제1회 창원세계디카시페스티벌’도 개최된다.

    한국현대시인협회는 문덕수 선생이 중심이 돼서 설립한 한국의 양대 시인단체의 하나이기 때문에 문덕수문학관에서 개관 기념 통일문학축전을 여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다. 그런데 문덕수문학관에서 왜 국제디카시페스티벌을 개최하는가이다.

    디카시가 창신대와 깊은 연관이 있는 것은 주지하는 바이거니와 디카시가 문덕수 시인에게 많이 기대고 있었다는 사실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필자는 창신대 문예창작과에 재직하며 미디어 진화에 따라 시가 어떻게 변모하며 대응해 나가야 하는 지를 모색할 수밖에 없었다. 국문과 교수였다면 하지 않아도 될 일이었지만, 문예 창작의 최일선에 선 교수로서는 당연한 고뇌였다.

    디지털카메라가 보급형으로 출시되던 2004년 ‘디카시’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찍고 쓰는 시로써 사진 기호와 문자 기호를 하나의 텍스트로 멀티언어로 새롭게 표현하는 시를 실험할 때, 어떻게 디카시론을 구축해야 하는지는 막막했다. 시가 언어예술이라는 대명제를 어떻게 넘어설 수 있을까 하는 것이 큰 장벽이자 과제였다. 그러다 우연히 눈에 띈 것이 문덕수 선생의 ‘오늘의 시작법’ 수정판 서문이었다.

    여기서 문덕수 선생은 ‘시는 언어예술이면서도 언어를 넘어선다’라는 새로운 명제를 제시한 것이다. 당시 이것이 디카시론의 원점이 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최초의 디카시집 ‘고성 가도’ 후기에 소박한 디카시론을 붙였는데, 제목을 ‘디카시, 언어 너머의 시…’라고 달고 문덕수 시인이 ‘시는 언어예술이면서도 언어를 넘어선다’고 지적한 바 있듯이, 오늘의 시는 기존의 시론이나 틀 속에 갇혀 있을 수만은 없다. ‘시는 언어를 넘어서도 존재하는 것이다’라며 디카시론을 전개했던 것이다. 이후 ‘디카시를 말한다’(2007), ‘앙코르 디카시’(2010), ‘디카시창작입문’(2017) 등의 저서를 잇달아 출간하며 디카시론을 체계화했는데, 지금은 디지털 환경 자체를 시 쓰기의 도구로 활용한 순간 포착, 순간 언술, 순간 소통의 극 순간 멀티언어예술로, 디카시론은 단단하게 구축됐다.

    이 외에도 디카시는 문덕수 선생에게 기댄 바가 크다. 이에 대해서는 문덕수문학관 개관 기념 제1회 창원세계디카시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열리는 ‘제1회 디카시세계컨퍼런스’에서 ‘문덕수와디카시’라는 테마의 기조 발제로써 밝히도록 하겠다.

    이상옥(시인·창신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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