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9일 (월)
전체메뉴

[과학이야기] 고도화된 재료공정에서 더 중요해질 재료물성- 홍종화 (재료연구원 재료공정연구실선임연구원·공학박사)

  • 기사입력 : 2023-08-17 19:31:53
  •   

  • 누구나 한 번쯤 길을 가다 주머니 속 물건이 빠져 땅바닥에 떨어진 경험이 있을 것이다. 아마도 그 물건이 휴대전화였다면 가슴이 철렁거릴 것 같다. 휴대전화에 흠집이 가진 않았을까, 최악의 경우 액정이 깨지진 않았을까 걱정하게 된다. 반면 손수건이 주머니에서 빠져 땅바닥에 떨어지는 것에는 크게 개의치 않을 것이다. 비록 손수건이 더러워질 수 있어도, 바닥에 떨어져 깨지거나 부서진다고 생각하진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경험적으로 휴대전화가 땅에 떨어졌을 때 깨지기 쉬운 성질을 지녔다는 것을, 그리고 손수건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즉, 재료의 성질인 ‘물성’에 따라 외부의 힘과 반응했을 때 다르게 반응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얘기이다.

    재료역학에서 변형체를 이해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관계식을 구성법칙(Constitutive law) 혹은 구성방정식이라고 한다. 이는 물성을 나타내는 관계식이다. 물리를 배운 사람은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후크의 법칙(Hook’s law)은 유명한 구성방정식이다. 물리학 방정식에는 보존의 법칙(Conservation equation)처럼 어떤 조건에서든 절대 불변인 일반방정식(General equation)이 있지만, 재료의 구성방정식은 일반방정식처럼 하나로 표현될 수 없는 개별적으로 특수한 방정식이다. 쉽게 말해, MBTI라는 이론만으로 우리가 모든 사람의 성격을 다 알 수 없듯이, 재료의 구성방정식 역시 재료마다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앞서 우리가 경험을 통해 휴대전화와 손수건의 물성 차이를 알 듯, 재료의 물성은 경험적으로만 알 수 있어서, 재료의 구성방정식을 이해하려면 다양한 실험을 통해 재료마다 관계식을 매번 도출해 내야 한다.

    재료가 제철소에서 코일로 생산되거나 판재를 통해 자동차나 항공용 부품으로 만들어질 때, 다양한 공정을 거치게 된다. 이 공정에서 발생하는 문제 대부분은 재료의 구성방정식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발생하곤 한다. 예를 들어, 멀쩡하게 잘 돌아가는 부품 공정이, 부품을 구성하는 단 하나의 재료를 바꿨다는 이유로 어디에선가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산업화가 고도화될수록 더욱 다양한 재료가 사용되고 공정도 고도화될 것이며, 이에 따른 문제들이 점점 대두되고 있다. 최근 들어 각 공정에 대한 시뮬레이션과 AI를 활용한 기계학습 등의 기술을 통해, 사전에 발생할 문제를 예측하면서 재료공정에서 겪는 많은 문제를 신속하고 경제성 있게 해결해 나가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기술의 토대가 바로 정밀한 재료의 구성방정식을 제작하는 것이다. 따라서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는 소재산업과 더욱 고도화된 재료 공정산업에서, 소재 물성에 대한 이해는 이전보다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생각된다.

    홍종화 (재료연구원 재료공정연구실선임연구원·공학박사)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