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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회복탄력성- 정민주(경제부 기자)

  • 기사입력 : 2023-08-10 19:2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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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집 꼬맹이가 킥보드를 타다 넘어져 울음을 터트렸다.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지만 혼자 일어나길 기다렸다. 아이의 ‘회복탄력성’을 키워주고 싶어서다. 회복탄력성은 발달 심리학자 에미 베르너의 연구로 알려진 심리학 용어다. 1955년부터 하와이에서 태어난 698명의 성장 과정을 40년간 추적해 안 좋은 환경의 아이들이 범죄나 사회적 문제에 얼마나 취약한지 알아보려는 연구에서 출발했다. 상당수가 환경의 열악함을 극복하고 탁월한 모습으로 자라는 결과가 발견되면서 이때부터 연구의 방향성이 바뀌게 됐다.

    ▼대낮에 발생한 ‘묻지마 칼부림’으로 온 나라가 어수선하다. 신림역 칼부림 사건을 시작으로 보름간 사상자가 발생한 칼부림 사건은 총 8건이다. 이 외에도 2건 이상의 칼부림 미수 사건, 수십 건의 테러 예고가 발생했다. 공공장소인 지하철역과 백화점 일대에서 일면식도 없는 불특정다수를 상대로 한 사건이 발생해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피의자들은 ‘나 빼고 다들 행복한 것 같아서’, ‘청소년기 과도한 기대 욕구에 대한 좌절’ 때문에 범행했다고 말했다. 모르는 타인에게 자신의 불만과 적대감을 폭발시키는 유형의 범죄를 저지른 이들의 판결문을 보면 어린 시절 경험한 실패와 사회적 고립, 현재의 상황이 사회나 타인 때문이라는 피해망상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았다.

    ▼누구나 좌절을 겪는다. 그런데 시대가 급변하며 학업, 취업, 집값 등 개인이 겪는 좌절이 너무 거대해졌다. 개인적 불행과 사회적 고립이 누적돼 범죄의 ‘트리거’가 된 셈이다. 그렇다고 모든 이가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다. 물체마다 탄성이 다르듯 개개인의 회복탄력성 역시 그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긍정성, 자기조절능력 같은 회복탄력성의 자원을 삶에 뿌리내리게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 집 꼬맹이 역시 마음이 단단한 어른으로 성장하길 바라 본다.

    정민주(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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